원초적인 것들의 즐거움

삶의 무의미성의 비중이 증대하면서
나에게 있었던 또다른 변화가 뭔지 알아
바로 원초적인 것들이 더 의미있어지기 시작했다는 거야
 
아 그 전에 나에게 무의미해진 것들이 무엇들인지 먼저 설명하겠어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야
이것이 왜이렇게 무의미해보이기 시작했을까
원인은 나도 모르겠어
언제부턴가 사람들에게 얽매이는 것이 귀찮아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다른 사람들과의 공유점을 잃어버린데서
오는 박탈감 같은데서 생긴 감정이 아닐까 싶어
그래 나는 나의 내면을 헤아려줄 사람을 찾지 못한데서
심한 소외를 느끼는 건지도 몰라
내가 독서를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이 관계에 대한 기피가 아닌
새로운 관계성에 대한 추구라는 사실을 불현듯 깨달았어
나는 책 속에서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거야
이것은 수준의 문제가 아닌
같은 병을 앓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야
그러니 오해는 없었으면 해
 
그러면서 한편으로 나는 나의 그런 사회적 의존성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거야
왜 나는 존재를 자체로 이해하지 못하고 관계속에서 찾으려고
하는건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있는 거야
왜 무의미한 것들을 추구하도록 나의 내면이 만들어져 있는 것일까
나는 그런 질문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지금 나에게 의미를 갖는 것은 두가지야
 
하나는 먹는 것 먹는 것만큼 위대한 진리는 없어
그것은 고민이나 영감을 필요로 하지 않아
먹는 것 자체는 쾌락이고 즐거움인 거야
먹는 것은 날 속이지 않고 정직해
지금 내 위에 있는 아이스크림 껍데기는 진리야
나는 그것에서 쾌감을 느끼고, 좋아해
물론 이것이 지속성이 있다는 건 아냐
아이스크림이 주는 즐거움은 알지만
인간관계가 주는 즐거움을 나는 모르겠어
나는 인간관계를 소외감을 가리기 위한 치장,
노동에 불과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그런거라면 차라리 소외 자체를 드러내고 즐기겠다는 발상인거야
 
글이라는 친구는 참 좋은 친구야
이녀석은 대꾸를 할 줄 모르고 듣기만해
말을 잘못해도 마음껏 수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그리고 스스로 정리할 수 있게 항상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
난 나를 이해할 수 있는 누군가를 상상하며 이 글을 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렇다면 이 모든 행위들이 이해가 되는거야
 
정리는 안된 글이지만 이쯤이면 만족한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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