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에 대한 무어의 법칙 Moore’s Law for Everything

https://moores.samaltman.com/

우연히 샘 올트먼이 3년 전에 쓴 글을 읽게 되었다. 아마도 내가 읽어본 블로그 글 중 가장 임팩트가 컸던 것이 아닐까 한다. 올트먼의 글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워낙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주는 글이기에 개인적인 생각들을 좀 정리해두려고 한다.

Moore’s Law for everything

우리는 경제학에서 생산의 3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배웠다. 올트먼은 그 중 노동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노동을 일부 줄여주었으나 적은 노동으로도 더 많은 생산을 이루어지게 했기 때문에 남아있는 노동의 가치는 키웠다. 기술의 발전을 이용하는 인간의 노동의 가치는 그렇지 못한 인간의 노동과 생산성의 차이가 커지면서 노동의 가치가 양극화되게 되었다. 기술로 대체되던 산업의 비용은 계속 떨어졌고, 어떤 산업은 비용이 반대로 증가해왔다.

그런데 AI의 등장 이후에는 양상이 크게 변화한다. 기술의 발전이 아직 남아있던 인간 노동 영역까지 남김없이 대체할 것이다. 그 동안 대체하지 못해 비용이 비쌌던 많은 교육이 필요한 노동인 의사나 변호사, 교사가 하던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모든 것의 비용은 계속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노동을 칩이 대신하게 될 것이므로, 칩의 비용이 내려가면 이러한 산업의 비용마저 미래에 내려가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칩 산업에 적용되던 무어의 법칙은 모든 산업에 적용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샘 울트먼은 ‘모든 것’에 대한 무어의 법칙이라고 제목을 지었다. 칩의 가격이 2년마다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 무어의 법칙인데 미래에는 칩으로 모든 것을 생산하게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의 가격이 2년마다 절반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올트먼은 이렇게 말한다.

수십 년 동안 주택, 교육, 음식, 의복 등 모든 것의 가격이 2년마다 절반으로 떨어지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Compute will be the currency of the future

나는 이 글을 읽으며 몇 일 전, 샘 올트먼이 렉스 프리드먼의 팟캐스트에서 했던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당시 아주 인상적이어서 따로 메모까지 해둠)

compute는 미래의 통화(currency)가 될 것이고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상품이 될거다. 우리는 compute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내 생각에 그건 특이한(unusual) 시장이 될 것이다. 휴대폰 칩 시장은 전세계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60억 명이고 2년마다 바꾸면 30억개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300억개를 만들어도 그걸 다 팔지는 못한다. 하지만 compute는 다르다. 이건 마치 내가 아는 것중에 에너지와 가장 비슷하다.가격이 X라면 세상은 그만큼 많은 compute를 사용하고, 가격이 Y라면 세상은 그만큼 많은 compute를 사용할 것이다. 가격이 싸다면 하루종일 이메일을 읽는 것 같은 간단한 일들에 쓸 것이고, 비싸다면 아마도 암치료처럼 중요한 곳에 사용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세상이 엄청난 양의 compute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중략)… 미래에는 지금은 추론하기 힘든 엄청난 양의 compute을 원하게 될 거다.

여기서 compute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내 생각에는 수많은 연산을 처리하는 AI칩으로 대체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다. 렉스프리드먼이 올트먼에게 (칩 제조를 위해) 7조 달러를 원한다고 트윗했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렇다.

샘 울트먼 블로그의 배경화면에 마우스를 올려보자. 지폐가 칩으로 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ㄷㄷㄷ 몇 일 전 울트먼이 팟캐스트를 통해 했던 말은 최소 3년 전부터 했던 생각임을 알 수 있다. 칩이 미래의 통화다.

올트먼의 말은 다음과 같이 들린다. AI칩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상품이 될 것이다. 이것은 PC나 휴대폰용 칩과 다르게 수요가 무한대에 가깝다.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에너지와 비슷한 아주 특이한 상품이다.

Chipcurrency

울트먼은 이것을 왜 통화(currency)라고 표현했을까? 이게 어떻게 보면 뜬금없고 어려운 말인데, 내가 고민한 결과로는 이 말을 석유의 예를 들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았다. 과거 석유가 발견되고 인간의 많은 노동을 대신하는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면서 석유는 가장 가치있는 상품이 되었다. 석유를 지배하는 곳이 부를 거머쥘 수 있었고, 사우디, UAE 같은 산유국은 사막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아무 기술 없이도 놀고 먹는 나라가 될 수 있었다. 땅만 파면 나오는 석유는 언제든지 달러로 바꿀 수 있었다. 즉, 석유는 통화였다(petrocurrency). 그런데 미래에는 compute가 currency가 될 것이다. 내 맘대로 해석하자면, ‘AI칩이 미래의 석유가 될 것이다.’

오늘날 원유는 하루에 1억 배럴 소비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배럴당 $100 가정 시, 하루 소비량은 $100억 = 약 13.5조원, 연간 $3.6조 = 약 4800조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만약 AI칩이 미래의 통화라면, 그것이 석유만큼 많이 쓰이게 된다면, 이 산업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어쩌면 7조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던 이야기는 정말 올트먼 머리 속에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1년 샘 올트먼의 글 이후에 CHIPS법과 CHIP4 동맹이 대두된 것은 우연일까.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왜 반도체 산업을 위해 막대한 지원금을 쏟아붓기 시작했는가? 이것은 단순히 코로나로 인해 공급난을 겪어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나, 무기 생산에 필요한 반도체 수급을 위해서 정도로 해석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 아닐까?

중국의 대만 전쟁 이야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만약 중국이 대만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중국이 노리는 것은 대만의 땅과 인구가 아니라 TSMC일 수도 있다. 이런 정황들은 과거 중동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수많은 분쟁이 발생했던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 역사 속 승자는 미국이었고, 결과는 페트로달러와 그로 인한 경제적 패권이었다.

이런 생각들이 맞다면 우리나라는 반도체 산업에서 리더쉽을 유지한다면 미래에 어쩌면 산유국 같은 나라가 될 수 있는 것이고, 칩을 만드는 나라는 마치 기축통화를 보유하게 되는 것과 같아진다.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기

PC, 인터넷이나 스마트폰보다 더 큰 것이 왔다. AI의 미래를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가능성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크다. 변화도 너무나 빠르다. 외계인이 찾아와서 기술을 전해주기 시작한 것처럼 세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남아있던 인간의 노동은 빠르게 AI와 AI를 이용한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고, 대부분 사라질지도 모른다. 현재 인간이 하고 있는 노동은 미래에 AI칩이 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AI 칩을 제대로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글로벌 1~2개에 불과하고, 거기에서 칩을 생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디자인하우스도 각 기업별로 2~3개에 불과할 정도로 과점화되어 있다. 국내에서 그나마 투자를 고려해 볼만한 기업들이다. 나는 작년부터 여러 정황 상 삼성파운드리가 OpenAI의 칩을 위한 합작공장을 지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왔는데, 이렇게 되면 삼성에게는 도약을 위한 큰 기회가 될 것이다. (Meta의 Llama 3 용 AI가속기도 어쩌면…)

1년 전만 하더라도 메모리 반도체의 회복은 멀게만 느껴졌고, 재고는 넘쳐났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회복 속도가 아니라, 어쩌면 빠른 시기에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과연 몇 년 후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공급이 따라갈 수 있을까? 게다가 메모리반도체는 이제 맞춤형 반도체로, 파운드리 산업과 비슷하게 바뀌어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메모리가 PC, 스마트폰 등 소수의 어플리케이션에서 사용되었었지만, AI칩은 다양한 사용처에서 메모리 칩과 함께 설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메모리 반도체도 커머디티가 아닌 세상이 되어가고 있다.

헨리 조지의 부활

나는 올트먼의 글에 헨리 조지가 등장하자 무척 놀랐다. 아니 이 형의 사고는 어디까지 미치는 것일까? 올트먼은 헨리 조지의 지대조세제처럼, 자본과 토지에 과세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노동이 사라지면, 모든 부와 권력은 나머지 생산요소들인 자본(특히 AI를 사용하는 기업)과 토지에 집중되게 되므로, 앞으로는 노동이 아니라 자본과 토지에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세금으로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American Equity Fund 개념을 소개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가 있는데 이걸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혀 다른 개념이 되겠지만…현재 국민연금은 각자의 임금의 일부를 납입하고 노후에 돌려받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런데, 미래에 노동의 가치가 줄어든다면 이 구조로 노후대비나 부의 재분배 효과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올트만 형의 아이디어대로 국민연금을 기본소득으로 개편하고, 납입은 기업이 매년 발행하는 신주로 하게 하고, 해당 재원으로 전체 국민에게 주식과 현금으로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면 어떨까?

아무튼 나는 올트먼이 수 년 전 일찌감치 바라봤던 미래의 모습과 이미 그 해결책까지 제시하고 있는 이 글에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되었고… 결국 20년 전 읽었던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을 다시 꺼내들었다.

다가오는 변화는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이를 수용하고 계획을 세운다면 이를 활용하여 훨씬 더 공정하고, 행복하며, 번영하는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래는 거의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할 수 있습니다. – Sam Altman

내가 노력하였듯이 정치경제학에 자유를 주어 그 본래의 자태를 되찾게 해준다면 정치경제학은 희망으로 빛날 것이다. 왜냐하면 부의 생산과 분배를 지배하는 법칙을 올바르게 이해한다면 현재와 같은 사회의 궁핍과 부정의가 불가피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 법칙은 빈곤이 존재하지 않는 사회, 인간 본성의 훌륭한 자질과 높은 힘이 완전하게 발달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 Henry George

“모든 것에 대한 무어의 법칙 Moore’s Law for Everything”에 대한 2개의 댓글

  1. 정말 오랜만에 우연찮게 들어오게 됐는데, 좋은 인사이트가 되었네요. 보고 싶네요 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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