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의 뒤엉킴

잭슨 플락의 그림들을 보면 우연과 필연이라는 두 가지 단어가 뒤엉켜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우연과 필연이라는 개념은 모호한 것이다. 인간이 인과관계를 이해하고 있는 것이 필연이요, 그렇지 않은 것이 우연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연과 필연의 잣대는 인간의 사고의 한계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한한 하나님의 사고 속에서 우연과 필연이라는 것은 구분되기 어렵다. 모든 것은 그분의 영역 안에 있기 때문이다.


Autumn Rhythm (Number 30) 1950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렘브란트, 쾰른 자화상, 1668~69년


렘브란트, 쾰른 자화상, 1668~69년

나는 렘브란트의 마지막 자화상을 보았다. 추하고 부서진, 소름끼치며 절망적인, 그러나 그토록 멋지게 그려진 그림을. 그리고 갑자기 나는 깨달았다. 거울 속에서 사라지는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스스로를 ‘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그릴 수 있다는 것. 인간임을 부정하는 것. 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 상징인가
– 오스카 코코슈카(Oskar Kokoschka)

그리고 황혼이 그의 황폐한 작업실을 비출 때, 걸작들이 성가시게 여기저기 쌓여만 가는 그 방에서, 그는 거울을 본다. 그늘이 드리운 그의 슬픈 얼굴은 오로지 지상에만 귀속된 무언가를 쫓는다. 그리고 영광의 바로 문턱에서 미친 웃음을 터뜨린다.
– 앙드레 말로( Andre Malaraux)

최영미, ‘시대의 우울’ 중

Waterhouse, ‘성녀 에우렐리아의 죽음’


St.Eulalia
성녀 에우랄리아는 스페인에서 큰 축일로 지내는 동정 순교자이나, 그녀에 대한 기록은 별로 없다.
그녀는 스페인의 메리다 태생으로 12살 때에 디오클레씨안 황제의 크리스챤 박해로 인하여 순교하였다.
메리다 지방의 집정관은 어린 그녀에게 크리스챤 신앙 포기를 여러 번 종용하고, 또 살려 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끝끝내 이방인의 신에게 제사지내기를 거부하므로써 많은 고문을 받고 운명하였다.

스페인의 시인 뿌르덴씨우스는 그녀의 아름다운 시신 위에 흰 눈이 내려 덮혔고,
흰 비둘기가 그녀의 입술에서 나와 하늘을 날았다고 노래하였다.
그녀에 대한 공경을 스페인에서 시작하여 아프리카, 골 그리고 이탈리아 등지로 빨리 전파되었고,
성 알델모는 잉글랜드에서, 성 베다는 성 에텔드리나에게 보내는 찬미가에서 그녀를 찬미하였고,
성 아우구스띠노도 순백한 그녀의 영혼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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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이 그림의 특징은 작가의 시점과 구도..
그리고 하얗게 덮인 눈과 에우랄리아 주변의 비둘기..

눈은 이상하게도 추위와 따뜻함,
그리고 순수함을 동시에 나타내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그림이 평범하지 않다고 느끼게 하는 것은)
바로 그림 정확히 한 가운데, 눈의 하얀색과 같아 잘 한눈에 띄진 않지만

에우랄리아에게로 지금 막 날아드는듯한 아름다운 흰 비둘기 한마리..
하나님의 손길을 상징하는 듯한 비둘기의 날개짓의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