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스데어 메킨타이어, ‘덕의 상실’


2004년 군생활중 이등병 때 읽은 책이다.이 책, 저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저자와 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되었는데 (레슬리 뉴비긴의 책에서 언급된 기억이 난다.) 다원주의의 덫에 걸린 현대 도덕철학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쓰여진 한 견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보기 “알레스데어 메킨타이어, ‘덕의 상실’”

헬렌 켈러, ‘내 영혼의 눈을 뜨고’


이 책은 특전사 군악대에서 파병 준비 훈련을 받는 도중 내무실에 꽂혀 있었는데 눈에 띄는 책이 없어 별다른 기대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저자인 헬렌켈러의 민감하고 따뜻한 감수성 넘치는 문체가 마음을 적셔오고 또한 그의 은사인 설리번 선생님의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저렇게 한사람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것일까!
어떻게 보면 자기의 삶을 돌보는 것보다 더, 자신의 제자 한명에게 모든 것을 쏟을 수 있는가. 또 그의 가르침에 관련한 철학,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가르쳤던 그의 마음의 아름다움. 그러한 설리번이라는 교사의 헌신과 사랑이 무섭게 마음에 감동을 주었다.

내 어머니의 오피스텔

바람많이 불던 날 어머니 수선실 가게에 들렀다
내일이 휴가 복귀인데 자주 얼굴도 내밀지 못한것 같아서..
어머니 혼자 일하시는 조그만 수선실은 깨끗하고 따듯했다
어느덧 2년정도 되어가는 가게는 혼자서 일하기에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게 적당히 재밌게 돌아가고 있었다.

요즘 가게에서 생활하시는 어머니는 온수기를 달아서 씻기도 하시고 밥도 지어서 드신다.
그러면서 오피스텔이 따로 없다고 ^^ 하신다
라디오를 벗삼아 사시다보니 세상돌아가는 것도 너무 잘 아시고
당신이 직접 운영하시는 가게시다보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신 것 같다

오늘은 홈페이지 보고 찾아온 손님이 옆가게에 간 일이 있었다고 했는데
그런 잡담도 하고 나는 괜히 바깥에 나갔다가 들어오면서 못찾을리가 없는데 하고 갸우뚱 한다
다른 옷을 수선하면서 잘라낸 남는 옷감들을 가지고 손수 만든 옷을 보여주면서 너무 잘만들지 않았냐 하고
흐뭇해하시는데 옷을 입으신 마음이 귀부인이 따로없다.

수선실을 운영하다보니 사람들이 고쳐달라고 맡겨놓고 찾아가지 않은 옷이 가끔 있는데
그런 옷이 생기면 식구들이 입거나 못입는 건 잘 맞을만한 사람들을 주신다고 하신다
물론 팔수도 있지만 교회 식구들 불러서 입어보라고 하고 나눠주곤 하신다
지난번에도 이런 옷 주면 입을까 걱정하면서도
교회 한 여자아이 생각이 나서 이런 옷이 있는데 와서 입어보고 맞으면 가져가라고 해서
가게에 온 아이가 있었다는데 너무 잘 맞아 입이 찢어져라 고마워하고 갔다고 한다.

명품옷들을 수선하는 곳이다 보니 비싼 옷들이 들어오는데 그런것도 가끔은 찾아가지 않는 손님이 있다
아니면 고쳐볼까 하고 가져온 옷인데, 고치는 값이 너무 많이 나와 그냥 입으세요 하고 주고 가는 옷도 있다.
어머니가 보여주신 한 밍크코트는 옆에 중고명품점 가게하는 사람이 와서 보고는 한 50만원에 팔아주겠다고
했다는데 어머니는 그저 가지고 계셨다 누구 줄거라면서.

또 그동안 어머니는 수선가게 하시면서 모은 돈으로 교회에 건축헌금도 하셨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신 큰 금액을 하셨는데, 그 얘길 하시면서
다른 사람들은 다 작정하고 기도하고 그러던데 난 그렇게 못하겠더라
그냥 작정은 안했어도 난 할수 있는 만큼 했다. 이 돈은 잘사는 사람들 몇억하고 마찬가지인 돈이야
라고 하셨다
난 그것이 신앙적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오늘 어머니는 지난 여름 자기가 양로원에 옷을 스무벌 만들어서 가져다 주셨다고 하셨는데
여름에 일감이 별로 없을 때이기도 하고 마침 ‘권’목사님이 오셔서 자신이 자주 찾아가는 요양소가 있는데
거기 할머니들이 다 늘어난 옷들을 입고 계셔서 농담처럼  ‘너무 야하신거 아니에요?’ 라고 하시고는
그 모습에 마음이 안좋아 직접 옷감을 구했는데 옷을 만들 고민을 하다가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 가게로 가지고 찾아오셨다길래
그 말을 듣고 직접 그 옷감으로 옷을 스무벌이나 만들어 양로원에 보냈다고
거기서 나중에 고맙다고 전화도 왔더란 이야기를 하셨다.

또 가게 한쪽에는 잘라낸 청바지 옷감들이 수십개 이상 모여있었는데
이건 교회 한 집사님이 취미로 퀼트를 하신다고 하셔서 줄라고 모아놓으신 거라고 하셨다.

가끔 일이 없으실 때는 예전 회사 친구들 불어서 같이 일하시기도 하고
가족들이 도와주기도 하는데
그동안 힘들게 오랫동안 직장생활하시던게 생각나
지금은 비록 집안 사정이 많이 안좋기는 해도
그 때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하게 자기 일을 하시는지 감사하고 존경스러웠다
처음부터 굳이 압구정동에 수선실을 하시겠다고 몇달간을 가게자리를 알아보시더니
오픈하고 처음에 옆가게와 싸우기도 하고 발품 팔아서 옷가게들마다 홍보도 하고 아파트에 스티커도 붙이고
그랬었는데 잘 되지 않아 걱정도 하고 하다가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를 한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어느덧 입소문 나는 가게가 되었다.
가게에 가면 어찌나 기술도 좋고 친절하게 하시는지.. 내가 봐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사람들이 가져다준 패션잡지들, 옷 라벨들도 모이고,
어머니 친구분들이 가져다준 실타래들, 계속 늘어나 다섯대나 된 미싱들..
따뜻한 난로, 온수기, 밥통까지 들어차..
그렇게 아기자기하게 돌아가는 수선실을 보면서
한쪽에서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던 난로불처럼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지금 형편좀 어려워도
좋은것만 생각하고 살자고
이정도면 행복한거 아니냐고.

내년 벚꽃 필때쯤에는
우리 가정도 추운 겨울이 끝나고 어서 봄이 왔으면..

좋은 하루

이틀전 청담동 국민은행이었다
그날은 수은주도 한없이 떨던 12월 가장 추운날
다친 발가락은 절뚝이고 있었다.
어머니의 부탁으로 세무서에 갔다가 들른 은행 통장에 입금을 했다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누군가 있었다 내 등을 툭쳤다

조.. 되세요?
나는 잘 알아듣지 못하고는

네?

그 때

한 은행을 지키는 늙은 아저씨의 웃는 얼굴이 스크린에 가득 비춰졌다
좋은 하루 되세요~

가슴이 녹았다. 아직 날카로운 칼소리 바람소리 자동차 엔진소리 가득한 왕복 8차선 청담동 도로
쌓인눈 얼어붙어 녹을날 기다리던 차가운 갤러리아 백화점 앞
은행밖으로 절뚝거리는 발을 끌고 나왔다.
가슴에는 따뜻한 봄바람이 불었다.

좋은 하루였다.

이성복, ‘다시, 정든 유곽에서’

1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우리의 하품하는 입은 세상보다 넓고
우리의 저주는 십자가보다 날카롭게 하늘을 찌른다.
우리의 행복은 일류 학교 배지를 달고 일류 양장점에서
재단되지만 우리의 절망은 지하도 입구에 앉아 동전
떨어질 때마다 굽실거리는 것이니 밤마다
손은 죄를 더듬고 가랑이는 병약한 아이들을 부르며
소리없이 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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