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삶이 부정방정식과 같은 거라면
나는 단순하게 스스로 원하는 답을 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솔직해진다는 건 자신의 욕심 혹은 이기심에 대해서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완전한 것에 대해 꿈꾸었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만큼은
그것을 포기할 줄 알아야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나는 가식을 버려야 한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다.
나는 순수에 대해서 꿈꿔왔지만 내 자신이 순수하지 못함을 알게 되었고,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스스로 만든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열린 출구는 하나 밖에 없다.
네 속으로 파고들어가거라’
그림을 그리자
그림을 그리자
밑그림은 차분하게
우선 수평선을 하나 그려주자
그리고 그 위에 파란색 그라데이션을 넣어주자
이렇게 하늘을 표현한다
자
이제부터는 아무렇게나 그려도 좋아
하지만 나에게 더 이상의 아이디어가 없다
무엇을 그릴지 망설여한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더라
2010.5.18.
2010년 5월 18일 우리집 조그만 행운목에서 꽃이 피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있다.
나의 생의 더딘 것과 관계 없이…
사무실 옆 명동성당의 종소리가 또 하루 지났다고 일깨워 주었다.
나는 마치 난생 처음 스키니진을 걸치고 길거리에 나온 사람처럼 어색해한다.
또는 ‘긴급구조SOS’라는 TV프로그램에서
이제 막 구출되어 처음 샤워하고 새 옷을 입어보는 사람처럼…
아니 그게 아니다.
정확하게는 처음 먹어본 귀한 음식 때문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다.
혹은 내 자신을 잃어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다.
약간의 서러움마저 느낀다.
기적에 대하여
우리는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것을 기적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 이런 것을 봤거나, 지금까지 인류가 눈 오는 것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었다면
분명 기적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기적이란 익숙한가 익숙하지 않은가의 차이일 뿐이다.
기적은 사람의 경험과 사고에 연계되어 있으므로, 우리는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것처럼 여길 때 언제라도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
창밖으로 솜털같은 눈이 바람을 타고 흐르고 있다.
마치 시간을 느리게라도 하고 싶은 것처럼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
오늘 청년부 예배 설교는 사도행전 3장에 관한 내용이었다.
사도행전 3장은 바로 베드로가 성전 미문 앞에 앉아서 매일 구걸을 하는 앉은뱅이를 예수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는 말로서 일으켜 걷게 하였다는 기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목사님께서는 이것은 예수님의 예언의 성취이다. 예수님께서는 생전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나중에 내가 했던 일보다 더 큰 일도 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고, 제자들은 그 예언을 그분의 이름으로 기적을 행하면서 성취하였다. 사실 예수님이 살아계실 때 제자들이 기적을 행했다는 내용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다. 그분이 세상을 떠나신 후에, 제자들은 성령을 받았고, 복음을 증거하면서 이적과 기사를 행했던 것이다.
나는 놀랍게도 오늘 TV를 통해 보았던 한 아버지를 떠올렸다. 이분이야 말로 기적을 몸소 행하고 사시는 분이다.
오늘날에도 앉은뱅이를 일으키는 기적을 볼 수 있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나는 이 분을 꼭 예로 들겠다. 이게 기적이 아니면 어떤 것을 기적이라 할 수 있을까.
바로 이온엽이라는 분이다. 20년 동안 뇌 장애 아들을 돌보고 계신 이 시대의 기적의 대명사라고 나는 그분을 부르고 싶다.
걷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서 하루 세 시간씩 함께 산책을 시켜주는 이 분의 명대사…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뭐 완전히 흘러 넘치죠.. 흘러 넘치는데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 아니에요 이건..”
“단순히 그냥 ‘아버지’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먼저 아파요. 엄청 슬프고, 아프고… 내 아들이 왜 이럴까… 이렇게만 생각하면.. 그런데 내 인생 자체에서 나는 사랑하는 삶을 살아야 할 사람이고, 내 아들은 사랑받아야 할 대상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그게 가능하지”
“얘를 끝까지 사랑하는 것이 내 인생의 할 일이요. 값어치 있는 일이요. 아버지로서는 뭐 더 말할 것 없는 거죠.”
주변 주민분의 말…
“좌우지간 조그만했을 때부터… 그런데 지금 걸음 잘 걷네.. 처음에는 걸음을 아주 시원찮게 걸었어요..
부축해서 질질 끌다시피 했는데.. 지금을 발을 떼더라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삶이라는 건 바로 이런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