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다시, 정든 유곽에서’

1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우리의 하품하는 입은 세상보다 넓고
우리의 저주는 십자가보다 날카롭게 하늘을 찌른다.
우리의 행복은 일류 학교 배지를 달고 일류 양장점에서
재단되지만 우리의 절망은 지하도 입구에 앉아 동전
떨어질 때마다 굽실거리는 것이니 밤마다
손은 죄를 더듬고 가랑이는 병약한 아이들을 부르며
소리없이 운다 우리는 어디에서 왔나 우리는 누구냐
더 보기 “이성복, ‘다시, 정든 유곽에서’”

이성복, ‘그 날’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존 오웬의 말

너 유약하고 죄악적인 육체여 죽으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나는 너를 거룩하신 자의 의로우신 처사에 맡긴다. 또한 나는 너를 크게 연단하시고 불순종을 제거하신 그분의 손에 맡긴다. 그분은 너를 네 무덤에 감추어 너의 모든 부패의 요소와 악에 기울어지는 성향을 깨끗게 소멸하실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모든 죄를 죽이기를 원하는 간절하고 진지한 열망에 따라 나는 이 몸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통하지 않고는 절대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안다. 너는 이제 더이상 최소한의 죄도 깃들 둥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더이상 하나님을 향한 내 영혼의 방해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소망 중에 안식하라. 하나님께서 당신 손으로 일하시고 싶은 때가 되면 너를 부를 것이고, 너는 흙 속에서 그분의 부름에 응답하게 될 것이다. 그 때 하나님께서 전능하신 능력을 행사하셔서 하나님의 손으로 정결하게 지으셨던 첫번째 네 상태의 그 찬란한 영광을 되찾게 할 것이고 말할 수 없는 특권과 영광을 네게 주어 영화롭고 부요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케 하는 모든 생각을 털어버려라. 흙으로 돌아가라. 소망 안에서 안식하라.
—————
죤 오웬의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이라고 함

칼릴 지브란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지혜,
웃을 줄 모르는 철학,
어린이 앞에서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위대함
으로부터 나를 멀리하소서.
– 칼릴 지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