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복, ‘제대병’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해군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기억 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다,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는, 죽, 었, 다


이성복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에 있는 시이다.
마지막 순,지,는,죽,었,다 라는 구절에서 저자가 혼자 죽음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
다섯개의 콤마가 그렇게 죽음에 대한 충격을 힘있게 그려낼 수 없다..

이성복, ‘그 날’

그 날 아버지는 일곱 시 기차를 타고 금촌으로 떠났고
여동생은 아홉 시에 학교로 갔다 그 날 어머니의 낡은
다리는 퉁퉁 부어올랐고 나는 신문사로 가서 하루 종일
노닥거렸다 전방은 무사했고 세상은 완벽했다 없는 것이
없었다 그 날 역전에는 대낮부터 창녀들이 서성거렸고
몇 년 후에 창녀가 될 애들은 집일을 도우거나 어린
동생을 돌보았다 그 날 아버지는 미수금 회수 관계로
사장과 다투었고 여동생은 애인과 함께 음악회에 갔다
그 날 퇴근길에 나는 부츠 신은 멋진 여자를 보았고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면 죽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날 태연한 나무들 위로 날아오르는 것은 다 새가
아니었다 나는 보았다 잔디밭 잡초 뽑는 여인들이 자기
삶까지 솎아내는 것을, 집 허무는 사내들이 자기 하늘까지
무너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새점치는 노인과 변통의
다정함을 그 날 몇 건의 교통사고로 몇 사람이
죽었고 그 날 시내 술집과 여관은 여전히 붐볐지만
아무도 그 날의 신음 소리를 듣지 못했다
모두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

존 오웬의 말

너 유약하고 죄악적인 육체여 죽으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지니라. 나는 너를 거룩하신 자의 의로우신 처사에 맡긴다. 또한 나는 너를 크게 연단하시고 불순종을 제거하신 그분의 손에 맡긴다. 그분은 너를 네 무덤에 감추어 너의 모든 부패의 요소와 악에 기울어지는 성향을 깨끗게 소멸하실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다. 모든 죄를 죽이기를 원하는 간절하고 진지한 열망에 따라 나는 이 몸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을 통하지 않고는 절대적으로 완전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안다. 너는 이제 더이상 최소한의 죄도 깃들 둥지가 되지 못할 것이다. 너는 더이상 하나님을 향한 내 영혼의 방해물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소망 중에 안식하라. 하나님께서 당신 손으로 일하시고 싶은 때가 되면 너를 부를 것이고, 너는 흙 속에서 그분의 부름에 응답하게 될 것이다. 그 때 하나님께서 전능하신 능력을 행사하셔서 하나님의 손으로 정결하게 지으셨던 첫번째 네 상태의 그 찬란한 영광을 되찾게 할 것이고 말할 수 없는 특권과 영광을 네게 주어 영화롭고 부요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라 주저케 하는 모든 생각을 털어버려라. 흙으로 돌아가라. 소망 안에서 안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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죤 오웬의 죽음을 앞두고 했던 말이라고 함

칼릴 지브란

눈물을 흘릴 줄 모르는 지혜,
웃을 줄 모르는 철학,
어린이 앞에서 고개 숙일 줄 모르는 위대함
으로부터 나를 멀리하소서.
– 칼릴 지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