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레사 수녀 ‘신의 존재’ 놓고 번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8-24 18:30 | 최종수정 2007-08-24 18:33
‘빈자의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도 내면 세계에서는 ‘신의 부재’로 갈등을 겪었던 것을 보여주는 편지가 공개됐다. 더 보기 “테레사 수녀 ‘신의 존재’ 놓고 번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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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수녀 ‘신의 존재’ 놓고 번민”
경향신문 | 기사입력 2007-08-24 18:30 | 최종수정 2007-08-24 18:33
‘빈자의 성녀(聖女)’ 테레사 수녀도 내면 세계에서는 ‘신의 부재’로 갈등을 겪었던 것을 보여주는 편지가 공개됐다. 더 보기 “테레사 수녀 ‘신의 존재’ 놓고 번민”
삶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별로 즐거운 일이 아닙니다. 너무나 추악하고 권태로운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약간의 베일을 씌우고 약간의 안개로 가리고 삶을 볼 때 삶은 아름다워지고 우리에게 견딜 수 있는 무엇으로 변형됩니다. 덜 냉혹하게 덜 권태롭게 느껴집니다. 저녁 때 푸른 어둠 속을 형광이 일제히 켜지는 시간부터 신비는 비롯되는 것입니다. 더 보기 “전혜린, 밤이 깊었습니다.”
바흐의 수난곡
종교 음악에는 예배와 직접 관계가 있는 음악과 그렇지 않는 (즉 연주회장에서 연주하는) 음악이 있다. 이 ‘수난곡’이나 ‘오라토리오’ 같은 음악은 후자에 속한다. ‘수난곡’이란 한마디로,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히기까지의 이야기를 묘사한 극음악을 말한다. 그 기원은 그레고리오 성가에서 비롯되었다. 음악의 형태는 ‘오라토리오’와 마찬가지로 오케스트라 반주에 레치타티보를 곁들인 웅장한 것이다. 바흐는 이런 ‘수난곡’을 다섯 곡 작곡했다고 한다. 그 다섯 곡이란 ‘마태복음’, ‘요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그리고 피칸더(Picander)의 대사에 곡을 붙인 것 등이다. 이 중 ‘마가복음’과 피칸더에 의한 곡은 분실되어 없고, ‘누가복음’에 붙인 곡은 위작으로 간주되고 있어서, 오늘날 널리 연주되는 곳은 《마태 수난곡》과 《요한 수난곡》두 작품뿐이다. 더 보기 “마태수난곡 자료”
쟝 아제베도에게
1965년 1얼 6일 새벽 4시. 어제 집에 오자마자 네 액자를 걸었다. 방안에 가득 차 이는 것 같은 네 냄새. 네 글, 내가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갑자기 네 편지 전부(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를 벽에 붙이고 싶은 광적인 충동에 사로잡혔다. 나는 왜 이렇게 너를 좋아할까? 비길 수 없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너를 좋아해. 너를 단념하는 것보다 죽음을 택하겠어. 너의 사랑스러운 눈, 귀여운 미소를 몇 시간씩 못 보아도 금단현상이 일어나는 것 같다. 목소리라도 좀 들어야 가슴에 끓는 뜨거운 것이 가라앉는다. 너의 똑바른 성격, 거침없는 태도, 남자다움, 총명, 활기, 지적 호기심, 사랑스러운 얼굴 나는 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내가 이런 옛날투의 편지를 쓰고 있는 것이 좀 쑥쓰럽고 우스운 것도 같다. 그렇지만 조르즈 상드가 휘세와 베니스에 간 나이인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나는 좀더 불태워야 한다고 분발(?)도 해본다. 나의 지병인 페시미즘을 고쳐줄 사람은 너밖에 없다. 생명에의 애착을 만들어줄 사람은 너야. 오늘 밤 이런 것을 읽었다. `사랑? 사랑이란 무엇일까? 한 개의 육체와 영혼이 분열하여 탄소, 수소, 질소, 산소, 염, 기타의 각 원소로 환원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 사랑이다.’ 어느 자살자의 수기 중의 일구야. 쟝 아제베도! 내가 `원소로 환원’하지 않도록 도와줘! 정말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도 생명이 있는 뜨거운 몸이고 싶어. 그런데 가끔가끔 그 줄이 끊어지려고 하는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나는 미치고 말아. 내 속에 이 악마를 나도 싫어하고 두려워하고 있어. 악마를 쫓아줄 사람은 너야. 나를 살게 해줘.
1965.1.11
32세의 짧은 나이로 자살을 택하기 5일 전.
아직도 나는 지나가는 해군 찝차를 보면 경례! 붙이고 싶어진다
그런 날에는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의 날개의 아픔을
나는 느낀다 그렇다, 무덤 위에 할미꽃 피듯이 내 기억 속에
송이버섯 돋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이면 내 아는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오기도 한다 순지가 죽었다, 순지가!
그러면 나도 나직이 중얼거린다 순, 지, 는, 죽, 었, 다
이성복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깨는가’에 있는 시이다.
마지막 순,지,는,죽,었,다 라는 구절에서 저자가 혼자 죽음을
되새김질하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게 되는데
다섯개의 콤마가 그렇게 죽음에 대한 충격을 힘있게 그려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