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문제

재미있는 문제를 하나 생각해냈다.
A,B 두 기업이 있다. 자 다음과 같다고 하자.

  A  B
자산 100 200
부채 0 0
자본 100 200
매출액 300 300
영업이익 30 20
순이익 23 15
시가총액 100 100
ROE 23% 8%
PBR 1.0 0.5
PER 4.4 6.7
다른 모든 것이 동일하다면, 두 기업 중 더 저평가 된 기업은 어느 기업일까? 둘 중 어디가 더 투자할만한가? 나라면 A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ROE가 23%나 되고, PER 기준에서도 B보다 더 저평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내가 가정한 상황은 이렇다. A, B 는 같은 회사다.
A, B 둘 다 기계를 200만원에 샀는데, 1년이 지나자, 갑자기 기계시세가 반값인 100만원이 되어버렸다. A는 기계가격을 시가를 반영해서 장부에 100만원이라고 썼을 때 재무제표이고, B는 200만원 그대로 두었을 때 재무제표이다. 혹은 반대로 가정해도 문제가 없다. 100만원인 기계가 200만원으로 올랐다고 보아도 된다.

순이익은 왜 달라졌을까? 바로 감가상각비 때문이다. 대충 내용연수 10년 정액법으로 하면 B가 감가상각비가 커져 영업이익이 감소한다. 물론 실제로 이런 재무제표는 존재할 수 없으니 다소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렇게 과장시켜놓고 고민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표는 굉장히 많은 것을 고민하게 해준다.

가장 고민되는 질문 하나는 이것이다. 장부에 기록하는 방법 자체가 기업의 가치를 변화시키는가? 사실 이 문제로 나는 한참 시간을 할애하여 고민했다. 혹은 두 가지 다른 재무제표를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가? A, B 중 사실에 더 가까운 것은 어느 것일까?

누군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재무제표는 현재 사실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현재 자산가치가 정확히 100이라면 A가 옳을 것이고 200이라면 B가 옳을 것이다라고.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모든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 자산가치만 오른 B보다 A가 더 가치있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 과연 그런 결론이 합리적일까? 아니면 단순히 ROE가 높고 PER가 낮은 것이 더 좋다는 관점 자체가 잘못된 것일까?

가치투자자라면 ROE가 높은 기업에 누구나 호감을 느낀다. 그런데, ROE라는 것이 순이익 뿐만아니라 자산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굉장히 달라질 수가 있다는 점이 놀랍게 한다. A는 ROE가 무려 23%인 고수익기업으로 보이는 반면에 B는 8%로 평범해보인다. 예를 들어 은행이자율이 12%라고 하자. 그렇다면, A는 존속하는게 낫지만 B는 청산하는 것이 낫다. 실제로 기계가 200만원이면 B 입장에서는 팔아서 은행에 맡겨두는 것이 더 수익이 높다. 수익성이 떨어져서 청산하는게 나은게 아니라 자산가치가 오르니 청산하는게 나아지는 상황, 혹은 청산하는게 더 나은 기업이 자산가치가 감소하니까 존속하는게 나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잠깐 논의를 접어두고 여기서 재미있는 계산을 하나 더 해보자. 위 기계가 10년 후에 못쓰게 되는 기업이고 그 때 이 기업을 청산한다고 하자. 그러면 현금흐름은 다음과 같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순현재가치(NPV)를 계산해볼 수 있다.

A 1년후 2년후 3년후 4년후 5년후 6년후 7년후 8년후 9년후 10년후
자산 100 90 80 70 60 50 40 30 20 10 0
부채 0 0 0 0 0 0 0 0 0 0 0
자본 100 90 80 70 60 50 40 30 20 10 0
매출액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감가상각비   10 10 10 10 10 10 10 10 10 10
영업이익   30 30 30 30 30 30 30 30 30 30
순이익   23 23 23 23 23 23 23 23 23 23
현금흐름 (100) 33 33 33 33 33 33 33 33 33 33
NPV 100
B 1년후 2년후 3년후 4년후 5년후 6년후 7년후 8년후 9년후 10년후
자산 200 180 160 140 120 100 80 60 40 20 0
부채 0 0 0 0 0 0 0 0 0 0 0
자본 200 180 160 140 120 100 80 60 40 20 0
매출액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300
감가상각비   20 20 20 20 20 20 20 20 20 20
영업이익   20 20 20 20 20 20 20 20 20 20
순이익   15 15 15 15 15 15 15 15 15 15
현금흐름 (100) 35 35 35 35 35 35 35 35 35 35
NPV 115
재미있는 사실이 A와 B의 순현재가치(NPV)는 100과 115로 B가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이유가 뭘까?
바로 법인세 절감효과 때문이다. B는 자산가치가 더 크고, 그로 인해 감가상각비가 두 배로 발생하여 법인세를 절감시킨다. 감가상각비로 인해 순이익은 줄어들지만, 법인세절감 때문에, 현금흐름은 A보다 나아진다. 따라서 재투자가 없이 10년후 청산을 전제로 하고 실제로 장부가의 절반에 B를 인수한다면 A를 인수하는 것보다 더 이익이다. PER와 ROE가 낮은 기업을 인수했더니 더 많은 이익이 난다니, 뭔가 잘못된 것처럼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물론 10년 후 청산이라는 자체가 일반적이지는 않다. 영구존속기업을 가정하면 새로자산에 재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한 가정 하에서는 사실이다.

왜 이런 실제 존재하지도 않는 특수한 상황을 가정하여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는 자산재평가와 같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땅값이 급등한 경우, 그 땅값을 자산가치에 반영하는 행위가 재무제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고, 기업가치를 달라보이게 할 수 있는지 궁금했다. 혹은 ROE가 낮은 땅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회사의 경우 일종의 편견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고민해보고 있다. 물론 땅은 감가상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흔히 자산가치가 장부가보다 훨씬 가치있다고 하면서 어느 기업이 저평가 되어있다고 하는데 자산가치가 장부가보다 저평가되었다면, 그만큼 ROE가 고평가되었다는 말과 동일하다는 것을 기억해야한다. 때로 반대로 땅값이 크게 뛰고 그 땅값을 장부가에 반영했다는 이유만으로 ROE가 감소한 기업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할 것이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ROE가 커보이지만, 그것이 단순히 자산가치를 장부에 과소반영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할 것이다.

우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현금흐름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일깨워준다. A와 B는 현금흐름에서 확연하게 구분을 할 수 있다. 현금흐름표에서 OCF와 순이익을 비교하면 감가상각의 차이가 드러날 것이고, 매출액대비 감가상각비율을 보면 두 회사의 차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현금흐름분석은 장기적인 자본적지출을 세밀하게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EV/EBITDA 비율을 측정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
A, B의 EV/EBITDA 비율은 어떻게 될까? EBITDA는 세금, 감가상각비를 반영하지 않은 영업이익이기 때문에, A, B 모두 40 이 된다. EV가 100이므로, 따라서 EV/EBITDA 모두 2.5가 된다. 이것이 A, B의 상황을 좀더 명확하게 보여주는 수치가 될수도 있다. PER는 차이가 나지만 EBITDA는 같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 두 재무상황을 파악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쓰일 수 있는 것 같다. 중요한 것은 감가상각과 재투자비용이 향후에 일치할 것이냐의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봐야만 한다. 무슨 뜻이냐하면 감가상각비용이 정당한 금액일 경우, EBITDA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 아, 그런데 감가상각비가 크면 영업레버리지가 커지는 효과는 있다.

무슨 뜻이냐면 예를 들어 매출액이 커질 때, A, B 중에 감가상각비가 큰 B가 영업이익이 더 큰 폭의 비율로 커진다. 실제 금액으로는 같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그렇다. 위의 상황의 경우 영업이익이 각각 30, 20인데, 매출액이 두배가 되면 70, 60이 된다. 233%, 300%로 증가하는 것이다.

또 하나 내가 생각한 점은 – 사실 이게 더 중요한 것일지 모르겠다 – 증가하지 않는 순이익 상태에서의 고ROE보다 증가하는 순이익 상태에서의 저ROE가 더욱 매력있다는 것이다. ROE라는 것이 간혹 환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ROE를 평가할 때 장부상의 자산가치가 과연 실제가치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인지 보아야한다는 점이다. PBR을 평가할 때만 장부가가 저평가되었다고 하고, ROE는 자산가치가 저평가된 상태 그대로 평가한다면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된다. 반대로 드물겠지만, 장부가가 고평가 되었다고 하면, 이 회사의 ROE가 저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살펴보아야 한다. 또 영업과 관련없는 자산은 따로 분리해서 평가해야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이렇게 결론내리면 좋을 것 같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ROE를 보는 것이 의미가 있지만, 투자의 본질은 미래현금흐름에 있으므로 그것을 면밀하게 따져보는 것으로 일종의 재무상의 착시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자산의 가치는 현재가치를 이용해서 자산대비수익성에 대해서 측정하는 것은 바른 방법이다고 할 수 있지만, 자산의 가치가 변동이 심한 경우나, 현재 수익과 무관한 자산은 배제하고, 관련된 자산을 더 가격이 싼 자산으로 대치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를 따져보아야 사업 자체의 수익성을 좀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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