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와 모자이야기

F&F에 주목하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2년 전 쯤이라고 기억된다. 그전까지는 F&F가 디스커버리로 아웃도어 시장에서 나름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었지만,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최상위에 있는 브랜드들이 매출 4천억 원 수준이었기 때문에, 2~3년 정도 더 성장하고 나면 그 이후에 더 이상 보여줄 수 있는게 없다는 한계가 분명한 기업으로 보여졌었다. 또 아웃도어 시장의 전체적인 성장세는 예전만큼 못한 상황이었고, 날씨에 따른 부침도 심한 단점이 존재했기에, 크게 주목을 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후배로 부터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회장님의 비전에 대해 물었더니, 뜬금없게도 ‘세계에서 모자를 가장 많이 파는 회사가 되는 것이며 그 수량은 5천만 개‘ 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게 무슨 소리지? 디스커버리를 1등 브랜드로 만들겠다 이런게 아니고 갑자기 모자이야기라니?? 게다가 우리 나라 인구가 5천만 명인데, 모자 5천만 개라니?? 그렇다면 해외에 팔아야 한다는 이야기고 중국에라도 진출하겠다는 뜻인가? 라는 생각을 잠깐 했으나,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으로 넘겼었다. 그런데 17년 1분기 실적에서 나는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F&F 17년 1분기 분기보고서

1년 전에는 MLB 매출이 257억 원이었는데, 무려 64%나 성장한 것이었다. 국내 시장의 성장 때문에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실적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중국인들이 사가는 것 아닐까!? 당시 나는 급히 타오바오 등 중국 쇼핑몰들을 검색해보고 적잖이 놀랐다(그때만해도 타오바오에서 F&F의 제품이 팔리는 것에 주목한 인터넷 포스팅이나 증권사 보고서는 아마도 없었다). 이미 타오바오에서 수많은 판매자들을 통해 유통이 되고 있었고 한국산임이 강조되고 있었다. 또 이 시점이 바로 동사가 MLB 면세점들을 늘리자마자 생겨난 실적이라는 점에서, 면세점에서 중국인들의 대량구매 때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때 나는 전에 들었던 회장님의 비전이 허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회사는 중국에 진출할 것이다!’ 나는 이 때부터 F&F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내 투자아이디어를 공개적으로 적지는 못했는데, 회사가 국내 라이선스만 가지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면세점을 통해서 대량으로 중국에 팔리고 있는 점은 언급하기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이었다. (중국 진출도 단순한 가정에 불과했고..) 하지만 몇 일 전 공시로 중국 라이선스가 이제 명시되었기 때문에, 이제 나의 과거 투자 아이디어와 향후 F&F를 보는 시각에 대해서 정리도 할 겸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당시 시가총액은 4,600억 정도였고, 17년 컨센서스 대비 9배 수준이었다. 이 정도 밸류에이션은 중국에서의 가능성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상태였고, 성장성이 없는 내수 의류주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당시 증권사 보고서들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나는 중국에서의 가능성과 동시에 모자라는 아이템의 다음과 같은 성격에 주목했다.

내가 모자 사업에 주목한 이유

의류업은 단가가 높은 겨울 실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 날씨나 유행 등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잘 팔리는 옷이 수시로 바뀌어 수요를 미리 예상해 생산해야 하지만 그 자체가 어렵고, 많은 종류의 디자인을 각각의 사이즈별로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재고 관리도 매우 어렵다는 사업적 특성이 있다. 또, 계절이 바뀌면 1년이 지난 다음 시즌까지 보관하는 보관에 따른 비용도 들고, 그 사이 유행도 변하기 때문에, 재고의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성은 의류회사들의 실적 변동성을 확대시키고 상대적으로 다른 업종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지 못하게 하는 이유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자는 어떤가? 내가볼 때 모자는 의류보다 훨씬 사업적 특성이 뛰어난 악세사리 산업의 특징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 보였다.
첫째, 계절성이 약하다. 겨울에 좀 더 수요가 있기는 하지만 사계절 수요가 있고 그 정도가 훨씬 약할 것으로 생각했다(이는 같은 악세사리 산업인 선글라스나 목도리 사업보다 우월한 점이다).
둘째, 재고부담이 훨씬 적다. 옷만큼 사이즈에 예민하지 않다. 옷은 바지 하나를 만들려고 해도, 허리둘레, 기장, 밑위 길이 등등 핏 별로 다양한 사이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자는 머리둘레 하나만 필요한데, 그마저도 벨트처럼 고무줄이나 스트랩으로 조절할 수가 있다. 또 가격대비 부피가 매우 작아 큰 창고도 필요가 없고, 좁은 공간에 쌓아서 보관하기에도 매우 용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이는 같은 악세사리 사업인 운동화나 가방 사업보다 좋은 점이다).

MLB볼캡의 사이즈 안내표(사이즈가 Free Size 하나다), 운동화도 몇개는 되는데….

셋째 매장관리도 용이하다. 피팅룸을 구비할 필요도 없고, 행거에 걸어둘 필요도 없다. 신발처럼 매장에서 점원이 이것저것 사이즈를 창고에서 꺼내서 가져다 줄 필요도 없다. 옷처럼 입고 벗으면 다시 접어둘 필요도 없어 편할 것으로 생각했다.
넷째, 온라인 사업에 매우 적합하다. 일단 사이즈나 핏에 옷만큼 민감하지 않기 때문에 적당히 입어보거나 걸쳐보지 않아도 되니 온라인으로 사기에 상대적으로 좋다(반품 비율도 옷만큼 높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작고 가벼워 포장이나 배송도 용이하고 깨지거나 손상될 우려도 적으며 배송료가 적게 들 것이다. 따이공들이 국내에서 대량으로 구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6년부터 나는 지누스에 투자하면서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 대해 주목하고 있었고, 그에 적합한 아이템들에 투자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자라는 아이템은 이러한 흐름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F&F에 투자하면서 나는 이 회사가 모자의 판매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러한 모자 사업의 뛰어난 특징 만으로도, 의류회사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떤 애널리스트도 이런점을 언급하지는 않더라…)

중국에서 MLB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이유

모자의 가장 기본은 야구모자라는데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머 꼭 그래야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다. 조선시대에는 갓이 기본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베레모나 중절모, 밀짚모자가 그 위치를 대체할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다면 야구모자 브랜드로 무엇이 최고일까? 당연히 야구를 제일 잘하는 리그, 제일 잘하는 구단 것이 최고일 것이다.

90년간 운동화 시장점유율 – NIKE도 항상 잘되었던건 아니다

야구모자와 운동화는 비슷한 사업 아이템 같지만 완전히 다른 특징이 하나 있다. 운동화는 심지어 축구화에도, 맨유의 로고를 붙이지 않는다. 판매회사의 브랜드가 들어간다. 그러니 판매 기업들간에 스포츠 스타들을 통한 브랜드 경쟁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운동화 시장은 나이키가 아무리 브랜드 가치가 높다 하더라도, 아디다스도 있고, 컨버스도 있고, 휠라도 있고, 뉴발란스도 있다. 크게 변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하더라도 위의 차트를 보면 역사적으로 수많은 브랜드들이 계속 경쟁한다.

하지만, 야구모자는 기본적으로 제조회사 로고가 아닌 야구구단의 로고가 들어가는데, 이게 바로 야구모자 시장의 독특한 점이고, 근본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운동화는 여러 브랜드가 경쟁할 수 있지만, 축구리그도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그가 경쟁할 수 있지만, 야구모자는 어디도 MLB와 경쟁할 수가 없다. MLB가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MLB제품을 생산하는 NewEra의 미국 모자시장 점유율은 66%다. 아디다스나 나이키도 모자로는 경쟁이 안된다는 거다. NIKE가 아무리 브랜드 가치가 높아도 NIKE 야구모자를 쓸 사람? 많지 않다. 두산베어스 모자 쓸 사람? 설마… 과거 100년 이상 MLB는 세계 최고 야구리그였다. 그래서 아마도 아주 오랜기간은(최소 내가 죽을 때까지는) MLB가 최고일 것이다.

왜 뉴욕양키스 모자가 가장 많이 팔리는가? 심지어 한국에서도 한국 메이거리거들은 뉴욕양키스에 입단한 사례도 없는데 뉴욕양키스 모자가 가장 많이 팔린다.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뉴욕양키스가 월드시리즈 27회, 아메리칸리그 40회 우승한 최고의 명문구단이기 때문이다. 야구모자의 브랜드 가치는 제조회사가 아니라 구단에서 나온다. MLB는 최소 향후 수십년 간 최고의 야구리그일 것이고, 왜 앞으로도 수십년간 야구모자는 MLB가 될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한세엠케이의 중국NBA와 비교대상이 아니다

한세엠케이의 NBA브랜드 아이템

야오밍과 중국 NBA의 인기를 등에 업고 화려하게 중국에 진출했던 한세엠케이는 어떨까? 같은 스포츠 브랜드고 한국에서 중국으로 진출했으니 비교해볼만 하다. 한세엠케이의 중국 NBA 매장 수는 250개 이상까지 열심히 늘렸고 매출도 성장하고 있으나, 매장당 매출, 수익성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직 실망스럽다. 왜 그럴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하는데 아이템 자체가 주로 티셔츠, 팬츠, 점퍼 등 힙합스타일의 캐주얼로 이런 아이템들은 농구팀 브랜드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런 아이템들은 NIKE, ADIDAS 등 수많은 스포츠웨어를 비롯한 다양한 브랜드와 경쟁해야 하는 의류업의 특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MLB 모자가 지닌 비즈니스적 특징은 앞서 설명했듯 의류와 비교할 수 없이 뛰어나고 경쟁자가 없다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한세엠케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중국에서 다같이 잘했으면 한다). 다만, 사업의 특징 자체가 한세엠케이의 사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MLB는 잘된다고 하고, 그럼 왜 F&F인가?

MLB는 협회일 뿐 모자를 만들지는 않는다. 판권을 줄 뿐이다. 선수용 모자는 뉴에라(NewEra)가 독점 공급하고 동시에 라이선스 사업을 한다. 뉴에라는 거의 100년 된 기업으로 연 6500만 개 모자 판매, 모자로만 1조 원 매출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 미국 판매로(매출의 70% 정도) 미국 시장 점유율 66% 정도이다.

그런데 한국과 중국시장에서는 뉴에라 것이 잘 안팔리고, F&F 제품 위주로 팔린다. F&F의 MLB 매출은 키즈를 포함하면 2100억 수준인데(면세점 제외), 뉴에라캡코리아의 국내 매출은 205억, 뉴에라리테일 120억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똑같이 NY 로고를 달아도 분명히 소비자의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을 증명한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F&F 제품이 뉴에라의 제품판매를 압도한다. 타오바오의 모자 매출의 30%가 F&F 제품이라고 한다. 아시아권에서 F&F가 뉴에라, 또는 중국 라이센스 업체인 上海艾动实业有限公司 보다 훨씬 트렌디하고 퀄리티 높은 제품을 만든다는 것은 이미 시장 반응에서 확인된다. MLB가 F&F에게 중국 라이엔스를 아무 생각없이 줬을 리가 없다.

중국 현지업체(上海艾动实业有限公司)의 상해 현지 MLB 매장

위 사진은 작년 10월 상해여행을 갔다가 현지 MLB 매장을 들러 찍은 사진인데, 주요상권에 자리를 잡고 있는데도, 내가 갈 당시에는 손님이 없었다. 매장 겉모습은 그럴싸하지만 모자의 퀄리티를 보니 정말 패알못인 내가 봐도 딱 알 정도로… 말이 안되는 수준이었다. (사진으로도 보이지만 모자 장식이 조악하고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다.) 이 회사는 중국 현지에서 온라인 판권은 없고 오프라인에서만 200개 매장에서 1000억 정도 매출을 올린다고 하는데, 이게 정말 못하고 있는 수준이다. 최근에 중국에서 심각한 품질문제를 일으킨 기사도 확인되고, MLB의 브랜드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는 회사라고 말해야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MLB 입장에서도 대안이 필요했고, 라이센스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F&F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튼 F&F가 직접 중국에 진출한다면 이 회사는 경쟁 대상으로 볼 수도 없고, 조만간(라이센스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이면) 퇴출될 것으로 확신한다.

뉴에라가 아시아에서 안되는 이유 –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성공했나?

선글라스라는 아이템으로 14년 이후 한국, 중국에서 급부상한 젠틀몬스터는 어떻게 성공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시기적인 상황을 보면 국내 소득수준이 올라가고, K-POP 등 문화적 트렌드를 주도하면서, 한국 패션과 스타일이 아시아에서 높은 가치가 매겨지게 되었고, 화장품부터 아시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다른 패션이나 선글라스같은 악세사리까지도 확대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런데, 선글라스는 주로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주도했을 뿐 동양에는 그럴싸한 브랜드가 없었다. 사실, 화장품도 그렇지만, 동양인들은 피부색, 체형, 얼굴형이 서양 사람들과 달라, 서양에서 디자인한 옷이나 제품들이 잘 들어맞는 것은 아닌데, 젠틀몬스터는 바로 이런 부분에서 동양인의 얼굴형에 맞는 아주 트렌디한(어쩌면 실험적인?) 디자인의 제품을 잘 만들었고(물론 지금은 아시아를 뛰어넘어 성장하고 있지만), 그렇다보니 연예인 등을 통해 빠르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혁신적인 매장 컨셉 등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도 동시에 잘 구축했기 때문이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안경이 비슷해보여도 막상 써보면 얼굴형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이 다르듯이 모자도 그런데, 동양인에게 어울리는 디자인을 하는 부분에서, F&F가 뉴에라 같은 미국 기업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뉴에라가 F&F와 경쟁하여 아시아권에서 상대적으로 안될 수 밖에 없는 이유고, 이미 국내와 중국 시장에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F&F는 디스커버리를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전개했다. 단순히 케이블채널 이름에 불과했던 것을 아웃도어 브랜드로 안착시키는 것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것 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이미 노스페이스 같은 강한 브랜드를 가진 기업들이 존재했고 대기업들도 우후죽순 뛰어든 시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스커버리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것은 트렌드를 읽는 것과 디자인 능력에서 타사대비 분명한 강점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국내 수많은 아웃도어 업체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것이다. 디자인, 소재발굴, 마케팅 등 측면에서 항상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디스커버리에서 인기를 끌었던 밀포드만 보아도, 기존 아웃도어에서 보여주지 못한 디자인을 과감하게 성공시킨 사례로 볼 수 있고, 이후 롱패딩에서도 트렌드를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이 정도 입증된 경쟁력이면 중국에서 MLB 모자로? 나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임상 3상 통과한 약으로 다시 1상을 하는 정도의 난이도라고 해야할까?ㅋ

우리나라 모자제조의 우수한 경쟁력도 한 몫 할 수 있다. 유풍, 영안모자, 피앤지 같은 벤더들은 뛰어난 제조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미국 모자의 70% 이상이 이들 우리나라 업체에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수량으로는 중국기업이 더 많이 만들지만, 한국기업이 생산한 모자는 가격이 높아 매출로는 압도적이다. 이런 업체들과 디자인, 제조 과정 등 여러 측면에서 협업하기 편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중국의 스포츠투자

중국은 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스포츠용품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아직 야구는 불모지라고도 할 수 있다. 프로야구가 2002년에 시작됐고, 현재 7팀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경기 수도 매우 작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15년 야구 발전 10년 계획을 마련했다. 25년까지 2500억 위안(약 42조 원)투자해 20개 구단을 만들고, 2천만 명이 보는 500억 위안 시장 규모 스포츠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 이후 12년 40개도 안되던 대학 야구팀이 지금은 80여 개로 늘어났다. MLB도 중국국영기업(BEREGL)과 10년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어린이선수 가르치는 야구 개발센터를 최소 20개 짓기로 했다. 이렇게 미래의 메이저리그 선수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실력의 선수가 나오면 야구 인기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과거 NBA에 진출한 야오밍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20년에는 일본 도쿄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것도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중국에서 MLB 모자는 야구 때문이 아니라 단순 패션 아이템으로써 인기를 누리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야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중국에서 뛰어난 선수가 나와 MLB에 진출한다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신발이 가세한다면?

올해 초부터 오래전 부터 준비하던 신발사업에서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디스커버리의 버킷디워커와 MLB의 빅볼청키가 신학기 전에 동시에 부각을 받고 있다. 무신사에서 지속적으로 상위랭킹에 포진하고 있다.


비슷한 순위와 가격대에 엄브로 제품이 포진하고 있는데 엄브로는 데상트코리아의 브랜드로 18년 예상매출 376억 정도라는 기사가 있었다.

또 단일제품으로 휠라의 디스럽터2나 코트디럭스 같은 메가히트 제품은 국내에서 연 100만 족이나 팔렸고, 반스 올드스쿨 검정색이 50만족, 엄브로 범피는 연 6만 족 정도라고 한다.

연 100만 족까지 단일모델로 판매하는 휠라 신발의 위엄

따라서 최근 보고서에 언급한 정도인 30만 족 정도의 페이스를 보인다고 가정하면 200~300억 정도의 매출이 기대된다. 워낙 시장규모가 크고 이제 시작이니 잘 키운다면 500억 원~1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런데, 신발은 단순히 올해 매출 몇백 억 정도의 의미가 있는게 아니다.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자. 바로 중국 가능성이다.

17년 중국 스포츠의류 시장점유율

중국 스포츠의류 시장규모는 35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여기서 점유율 순위를 보자. 상위 브랜드 모두 주요 아이템은 신발이다. 아디다스의 17년 중국 매출은 약 38억 유로(4.8조원)인데(yoy 29%), 매출의 60% 가까이 신발이다. NIKE, 휠라, 뉴발란스, 안타, 스케처스, 컨버스 등도 마찬가지다. 신발을 장악하는 자가 이 시장을 장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이것을 보면 F&F가 왜 수년 전부터 신발에 비중있게 투자하는지 알 수 있다.

우선, MLB 빅볼청키의 중국 성과가 어떻게 나올지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을 것 같다. 지금은 물량이 부족해서 국내에도 풀기 바쁜 상황이라 해외성과가 바로 나올 수 없지만, 4월 이후 면세점과 해외 매장, 중국 현지 MLB 온라인 플래그쉽매장 오픈 등 시기와 맞물려 신발이 공급된다면 새로운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재밌는 점은 작년 구찌가 MLB와 콜라보한 제품들을 대거 발표하면서 주목받았는데, 이번 빅볼청키가 구찌의 스니커즈와 닮은 꼴이면서 가성비를 살려낸 제품이라는 거다. 구찌는 중국에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이고, 휠라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이 해외 유행에 빠르게 동조화되고 있어서 기대할만하다. 구찌가 MLB의 브랜드 가치를 한단계 끌어올려준 효과가 있기에 중국에서 빅볼청키가 얼마나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http://www.apparelnews.co.kr/main/inews.php?table=internet_news&query=view&uid=74786
구찌라이톤(위)과 MLB빅볼청키(아래)

나이키를 기준으로 보면 국내 매출(8700억 원)에 비해 중국 매출(4.6조 원)이 5배 정도 되는데 MLB의 국내 매출이 2천 억이 넘으므로 현재 판매하는 아이템(주로 모자)만으로도 중국 매출 1조 원은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는 규모라고 생각된다. 거기에, 운동화 시장 자체가 모자 이상으로 워낙 크기 때문에(국내 3.3조 원, 중국 18조 원 정도), 중국에서 MLB신발이 동시적으로 인기를 끈다면, 그 이상의 매출도 기대할 수 있다(올해 국내 MLB신발 20만족 판다고 가정하면 7% 정도 매출비중이 되는데, 올해가 사실상 첫해다).

또 매장 당 매출이 올라 마진 상승효과도 클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MLB의 해외매장 7곳은 3분기에 매출 58억원을 기록했고(단순환산하면 매장당 연 매출 33억 이상), 국내 매장도 170개 정도에 매출 2700억 정도로 이미 높은 수준의 매장당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나이키, 아디다스, 안타, 휠라, 뉴발란스 등의 매장당 매출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신발이 추가되면 매장 당 매출 증가가 있어 수익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온라인 위주라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현지 라이선스를 가지고 진출시 일단 온라인 플래그쉽스토어를 열 수 있고, 중간 유통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팔기 때문에 더 높은 마진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놀라운 것은 회사에서는 MLB 매출 1조(한국과 합쳐)까지 달성하는데 중국 매장 50개 정도면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유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처음부터 모자사업에 주목했던 이유와 일치한다. 위의 표를 보자. 휠라만 봐도 매출 1.2조원 정도인데 매장이 1000개가 넘는다. 회사 가정대로라면 단위 매출당 필요한 매장 수가 휠라의 1/10도 되지 않는다. 중국 사업의 수익성이 높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면세점에서 이미 팔고있는데 그게 그거 아니냐고?

일단 온오프라인 플래그쉽스토어를 만들 수 있다. 온라인에 수많은 판매자들이 파는 정리되지 않는 제품 라인업 및 가격도 깔끔하게 정리 가능할 것 같다. 현지 PPL이나 바이럴 마케팅도 더 본격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 진출은 당연히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은 대부분 보따리상에게 적합한 모자 위주로 낮은 가격에 팔고 있는데(면세점 판매의 90%가 모자), 소비자 가격이 매출로 인식되는 효과도 있고, 또 모자 외의 의류 등도 마음껏 팔 수 있다는 장점도 있을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 ‘바닐라코’의 성공의 의미

05년 F&F 자회사였던 F&Co는 ‘바닐라코’라는 화장품 브랜드샵을 런칭했다. 하지만 08년 지분을 전량 김창수 대표로 넘겼다. 보통 잘되는 회사를 경영진이 개인소유로 빼가는 경우는 봤지만 이유가 달랐다. F&F의 소액주주들이 당시 ‘바닐라코’ 브랜드 성장 가능성 없다고 보고 반발이 심해 대주주 개인회사로 분리시킬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후 김창수 회장은 보란듯이 F&Co를 연결 매출 1831억 영업이익 395억(16년 기준)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바닐라코의 성공 사례를 굳이 언급하는 건 현재 바닐라코가 중국에서 몇 년 간의 사업 경험을 쌓고 온오프라인에서 사업을 잘하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MLB 등의 빠른 중국 사업 안착에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고, 비록 화장품이지만, 경영진이 자체브랜드로도, 심지어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도 충분히 성공시킬 능력을 갖춘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디스커버리

패션비즈 2월호에 F&F 기사가 실렸는데, 처음으로 디스커버리 해외진출이 언급되었다. 온라인 역직구몰 오픈, 면세점 확대, 동남아 라이센스 확보 계획 등이 언급됐다. 동남아 라이센스 의미를 이해하는게 중요한데, MLB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아마도 동남아 현지 시장을 타겟하는게 아닌 것이 아니라 중국인들이 주로 방문하는 관광지 핵심상권에 매장을 열고 반응을 본뒤 중국 본토에 진출하려는 계획일 것이다. 당장 기대할만한 것은 아니고 아마도 MLB가 어느정도 중국에서 자리잡으면 그 경험으로 미래에 디스커버리도 생각할 수 있는 시점이 오지 않을까하는 정도인 것 같다. 디스커버리는 아직 면세점에서 크게 성과가 나고 있는 상황도 아니므로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디스커버리의 신발과 백팩 등 가방 아이템으로의 확대를 기대해볼 수 있다.

스트레치엔젤스와 파인드카푸어

18년 면세점을 강타한 가방 브랜드가 있다. 작년 면세점을 갔다가 중국인들이 줄서서 구매하는 처음 보는 브랜드가 있어 놀랐는데 바로 파인드카푸어였다. 핑고백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엄청난 히트를 치며, 현재도 월 매출 60억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파인드카푸어는 16.6. 론칭했는데 17.4. 부터 급격히 판매고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대형유통사 바이어에 눈에 들어왔고, 17년 하반기 백화점 팝업이 시작됐고, 이후 매출의 50% 이상이 중국인에게서 나오기 시작했다. 파인드카푸어의 성공스토리를 언급한 이유는 스트레치엔젤스와 대략적인 성공 시점을 비교해 보기 위해서다. 스트레치엔젤스는 F&F가 18.5. 런칭한 신규 가방브랜드다. 이후 지금까지 플래그쉽 매장 2개, 백화점 5개, 면세점 1개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파인드카푸어의 경우 론칭에서 인지도 상승까지 굉장히 빨랐지만 1년 여 걸렸는데, 스트레치엔젤스도 1~2년 기다림이 필요할 것이다. 그 와중에 특정 제품 하나가 빵 터져 주면, 인지도는 어느 순간에 폭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갑자기 론칭 2~3년 차에 수백억 매출이 나올 지 모른다).

스트레치엔젤스는 초기라 아직 매출이 미미하지만 라이선스 사업이 아닌 자체브랜드인 만큼 잘된다면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어 기대감을 갖게 한다. 또 메인아이템이 가방이라서 F&F로서는 여러 브랜드와 아이템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듀베티카에 대한 기대감

18년 매출은 150억 안팎인 것으로 보이는데, 아직까지 모두 홀세일로 넘기고 있다. 글로벌 디자이너를 영입해 19년 FW시즌부터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회사에서는 향후 3~5년 안에 10배 규모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프리미엄 급 글로벌브랜드를 자체적으로 보유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고 말이다.

결론 : 글로벌 패션악세사리 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인적으로 회사의 일차적 목표인 MLB 매출 1조는 중국 진출이 가시화된 시점에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중국에서의 MLB의 사업성은 나이키, 아디다스의 사업성보다도 우월하다. 모자는 의류나 신발과 달리 경쟁할만한 회사도 없고, 온라인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수익성을 누릴 수 있다. 동시에 자체브랜드인 스트레치엔젤스와 듀베티카도 이제 시작이고 과거 F&F가 론칭했던 브랜드들을 성공시켰던 사례들을 보면 충분히 잘 키워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상장사들 같은 단순한 패션 회사가 아닌 모자, 신발, 가방 등의 악세사리 회사로,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아직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은 회사다.

19.1.29. 신한금융투자 휠라코리아 보고서

먼 미래처럼 보이긴 하지만, 2023년 쯤 대충 매출 2조 원(MLB 1조 원 포함), 순이익 2000~3000억 이상 달성한다면 위의 표의 Peer Group의 PER 20 전후의 밸류에이션을 적용할 때, 그 때에는 적어도 현재 휠라코리아의 시총을 뛰어넘는 4조 원~높게는 6조 원 이상의 가치가 가능하지 않을까? (이건 머 전망이라기 보다는 나의 바램에 가까운듯ㅋㅋ 5년 뒤를 누가 어떻게 알겠는가…)

마지막으로 제프 베조스 형님의 띵언

2014 Letter to Shareholders

“환상적인 비즈니스에는 적어도 네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고객이 좋아하고, 매우 크게 성장할 수 있고, 자본 수익률이 높으며, 오래 지속됩니다(수십 년 간 버틸 잠재력을 가지고). 이런 것 중 하나를 찾았을 때는 그냥 간만보지 말고, 결혼하십시오.”
 – Jeff Bezos, Amazon 2014 Letter to Shareholders

“F&F와 모자이야기”에 대한 9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F&F분석을 출중하게 하셔서 한번 만나뵙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예전에 가치투자연구소라는 곳에 F&F를 올린 Analyst(네이버 별명)라고 합니다. 서로 얘기해보면 여러모로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아래 이메일로 연락처를 남겨주신다면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확인후 댓글은 지우겠습니다. ^^

  2. 안녕하세요. 개인적으로 F&F분석을 출중하게 하셔서 한번 만나뵙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예전에 가치투자연구소라는 곳에 F&F를 올린 Analyst(네이버 별명)라고 합니다. 서로 얘기해보면 여러모로 시너지가 나지 않을까 생각되는데 아래 이메일로 연락처를 남겨주신다면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확인후 댓글은 지우겠습니다.

    이메일: hands0meboy@naver.com

  3. 저도 2만원대에 매입하여 현재까지 보유하고있는 주주로서 분석력에 감탄하고 갑니다.

    1. 축하드립니다!
      기대치가 낮았던 디스커버리 면세점 매출도 꽤나 잘나오는 거 같습니다.
      훌륭한 기업은 항상 기대치를 뛰어넘네요ㅎㅎ

  4. ak홀딩스도 꾸준히 가고는 있고 예상처럼 코로나 백신접종도 가고 있네요. 주목을 받았으면 좋을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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