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F와 라이선스이야기(feat. 뉴발란스)

“F&F가 하는 MLB나 디스커버리 사업은 라이선스 사업이라 자체브랜드를 가진 기업들(NIKE, ADIDAS, FILA 등)보다 리스크가 많으니 평가절하 해야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지난 번 글에 미처 언급하지 못해서~).

라이선스 사업의 할인요인들


머니투데이에서 F&F에 대해 언급한 내용 – 정말 그럴까???

라이선스 사업의 할인요인이 뭘지 생각해보면 크게 네 가지 정도인 것 같다.
1. 라이선스 회수 : 계약기간이 존재하고, 회수당할 수 있다.
2. 병행수입 :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을 통해 가격을 흐릴 수 있다.
3. 확장성 한계 : 판매 지역이나 아이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다.
4. 로열티 비용 : 본사에 로열티를 지급해야 한다.
F&F의 라이선스 사업들도 이런 문제들이 있으니 평가절하해야 할까?

직수입과 라이선스의 차이

우선적으로 해외브랜드를 국내 전개하는 방식 중 직수입과 라이선스에 대해서 구분이 필요하다. 아래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투자설명서에서 관련 내용을 볼 수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투자설명서 중

위의 글에 설명되어 있듯이 직수입은 해외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독점수입계약하여 유통하는 방식이고, 라이선스는 디자인, 생산, 유통을 모두 담당하는 방식이다. 라이선스와 직수입을 동시에 전개하는 경우도 있고(아래 표 참고), 직수입도 간혹 라이선스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어 혼동이 되기도 하니 이 두 가지 개념을 먼저 짚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이런 식 – 라이선스와 직수입을 병행하는 케이스

1. 라이선스 회수 문제

해외 브랜드들은 우리나라에 진출할 때 초기에 특정업체에 국내 판권을 준 뒤 잘되면 계약이 끝나고 직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이랜드가 전개했던 푸마, LS네트웍스가 하던 스케쳐스, 한섬과 신세계인터가 하던 지방시, 폴로랄프로렌, 망고 등도 그랬다. 라이선스 사업을 하다가 잘 안되면 못한다고 뺏어가고, 잘되면 내가 한다고 뺏어갈 수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MLB와 비교할만한 브랜드 중 뉴발란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뉴발란스는 이랜드가 국내에서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했고, 잘한다고 중국 라이선스까지 받아 급격하게 키워 매출 1조 원 규모의 사업으로 일궈냈다. 그런데 이 계약이 2020년까지라서 문제가 됐다. 계약이 끝나면 연장을 안해주고 직접 진출하려한다는 추측도 무성했고, 이랜드와 뉴발란스 본사가 JV 로 전환하려고 한다는 기사도 나왔다. 이런 사례를 보면 라이선스 사업에 분명한 리스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MLB와 뉴발란스의 라이선스는 두 가지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첫째, MLB는 지난번 글에 지적했듯이 스포츠브랜드 회사가 아니고 그냥 야구협회다. 직접 모자나 옷을 만들지도 않고 만들 줄도 모른다. 그냥 잘 하는 회사에게 상표를 사용할 권리만 주고 로열티를 받는게 일이다. 따라서 직진출 가능성이 없다. 이건 뉴에라가 미국 등에서 수십년 간 매우 안정적으로 MLB 라이선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MLB는 JV를 설립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둘째, F&F는 직수입을 하지 않고(본사 제품이 없으니 직수입할 것도 없음) 모든 제품을 자체 개발해 판매하는 라이선시다. 직수입만 하거나 뉴발란스처럼 자체개발 제품보다 직수입 제품이 더 많은 경우에 본사는 더 쉽게 직진출을 결정할 수 있다(어차피 같은 제품 파는거니까…). 그런데 F&F처럼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잘하고 있는 브랜드의 경우 당연히 라이선시를 빼고 직진출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물론 중국 MLB 라이선시인 上海艾动实业有限公司처럼 사업을 못하면 계약 연장이 안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건 라이선시 사업만이 가지는 리스크가 아니고 모든 회사가 가진 리스크다. 자체브랜드 사업자라고 하더라도 못하면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못할 때 뺏기는 건 문제가 아니고, 잘할 때도 뺏길 수 있다는게 라이선스 사업의 최대 문제인데 MLB 사업은 그런 리스크가 없다. 나는 이게 별 것 아닌 것 처럼 보일지 몰라도 뉴발란스나 다른 라이선스 사업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2. 병행수입 문제

직수입 업체가 국내 독점수입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유통업체들이 병행수입을 하게 되면 저가로 해외에서 들여와 브랜드나 가격을 망가뜨릴 수 있는 문제가 있다. 이것도 하나의 라이선스 사업의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위에 언급했던 직수입과 라이선스 사업의 차이에 대해 조금만 생각해 봐도 F&F의 MLB 사업과는 상관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건 직수입 사업자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3. 확장성 한계 문제

나도 최초 F&F의 사업성을 평가할 때 MLB나 디스커버리의 라이선스가 국내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 하지만 F&F가 이미 동남아, 중국 등으로 지역적인 라이선스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는 걸 보면 사업을 잘 하는 경우에 해외 진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자체브랜드 사업이나 확장성 한계의 문제에서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게 확인됐다.

4. 로열티 비용 문제

라이선스 사업은 본사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니 자체브랜드 사업 대비 평가절하해야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것은 따져볼 필요는 있다. 어차피 자체브랜드를 출시하고 관리하려면 브랜드에 대한 초기 브랜드 구축(인지도 상승)과 관리 등에 필요한 광고선전비 등 여러 비용들을 지출해야 한다. MLB는 세계 최고의 야구리그를 운영하고 전세계에 송출하면서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F&F가 이정도 수준의 브랜드를 만들려면 로열티 금액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의 비용과 노력이 어차피 들어가는 거다.

NIKE는 호날두와 종신계약으로 연 2400만 달러를 지급한다. F&F는?

NIKE가 마이클조던이나 타이거우즈한테 주는 모델료가 얼마나 될까? 좀만 생각을 바꿔 F&F가 MLB에 부담하는 로열티를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 집단인 모든 메이저리거들에게 자기 브랜드 모자를 씌우기 위한 모델료라고 생각해보자. 계약기간도 무한대로… 이 비용이 비싸다고 할 수 있을까?

NIKE가 만든 데릭지터 헌정 광고영상 – NIKE광고인지 MLB광고인지ㅋㅋ
F&F는 MLB에 로열티 냈는데 광고는 나이키가…

결론 : MLB 라이선스 사업은 특수해 자체브랜드 사업 대비 할인받을 요인이 거의 없다

MLB나 디스커버리 라이선스 사업은 직수입이 아닌 디자인, 개발, 소싱, 마케팅, 유통 등 모든 과정을 F&F가 담당하는 사업으로 본사가 직진출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에서 다른 라이선스 사업과 큰 차이가 있고 자체브랜드 사업에 매우 가깝다고 생각한다. 브랜드로열티도 지출하는 비용보다 얻는 효익이 더 클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번 글에서 언급했듯이 “MLB+모자” 사업은 다른 신발, 의류 사업과 비교할 때 경쟁할만한 브랜드가 없고, 온라인으로서의 확장성 및 수익성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이키나 아디다스의 사업보다 더 투자하기 좋다고 생각한다.

참고. 이랜드의 뉴발란스 중국 전개 과정과 비교

머니투데이 16.12.20.

원래 이랜드는 푸마 라이선스 사업을 전개했는데 푸마 계약종료 후 직진출로 뺏기자 대안으로 다른 브랜드를 찾다가 뉴발란스를 낙점했다. 이후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했다가 11년 중국 사업권을 얻었고, 중국에서는 위 그래프처럼 12년 480억, 13년 1,400억, 14년 4,000억으로 급성장 했다.

한국기업평가 자료

한기평 자료에 더 정확한 숫자가 나오는데 중국 진출 5년만에(2015년) 매출 4,623억 달성했으며, 영업이익률은 18.3%였다. 뉴발란스 외에도 이랜드 전 브랜드의 수익성은 높은 수준으로 16년 매출이 꺾이기 전까지 여타 중국패션사업들도 20% 전후의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MLB의 중국 전개과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도 뉴발란스처럼 첫 해보다는 2년차 이후부터 폭발적인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매출 5,000억 원 수준도 비슷한 시기에 도전해볼만한 숫자로 보이며, 1/10 수준에 불과한 매장 수와 높은 온라인 비중 등을 고려할 때 뉴발란스 대비 수익성도 더 나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의류구매는 급격하게 온라인화가 진행중이다
전체 온라인 시장도 20% 가까운 성장 전망

중국의 소비가 자동차나 휴대폰 등 업종에서 둔화되고 있지만, 스포츠 의류 시장만은 꾸준히 높은 성장이 전망되고 있고, 특히 전체 온라인 시장은 여전히 20% 가까운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뉴발란스는 유통 채널이나 유행의 변화,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해 16년 이후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MLB는 온라인 채널 비중을 높게 가져갈 것이므로 채널 변화에 긍정적이고, 모자가 핵심이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 경쟁할만한 브랜드가 없을 것이므로 국내에서 그래왔듯 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 스포츠 의류 시장은 높은 성장 예상
F&F의 MLB 매출(붉은색은 면세점) – 20년간 꾸준히 성장

그렇다면, 완전히 대충이지만 5년차 MLB 해외사업 6,000억(중국 5,000억+동남아 1,000억)에 순이익 800~1,000억 정도를 생각할 때 PER 20배 수준인 1.6~2조 원의 해외사업가치가 추가되는 것이고, 현재가치로 1조 원 이상이라고 평가해준다면 당장에도 기존사업 1조 원+MLB해외사업 1조 원 이상의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신발이나 자체브랜드가 얼마나 더 잘해주냐에 따라서 또 달라질 수도 있고~ 이후로는 실적이 증가하면서 기업가치도 계속 올라갈 것으로 기대해본다~

“F&F와 라이선스이야기(feat. 뉴발란스)”에 대한 6개의 댓글

  1. 씨앗노래님 글을 처음 읽었던게 밸류스타 시절 씨즈캔디였던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례였지만 남다른 통찰력이 글에 묻어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로도 간간히 씨앗노래님 글을 접하면서 상당히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계신분이라는 인상이 있었고 재무적인 얘기를 하시는걸 보면서 보수적인 투자스타일인것 같다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누스나 F&F나 비교적 최근에 쓰신 글들을 보면 투자스타일이 상당히 바뀌신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네요. FCF 같은 숫자 보다 미래의 큰 그림으로 가중치가 많이 옮겨가신 느낌인데 제가 느끼고 추측하는게 맞는지 궁금합니다. 마치 워렌버핏이 필립피셔를 만나고 진화한걸 보는것 같아서 여쭤봅니다.

    1. 기억도 해주시고 글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도 투자 초기에는 재무적인 공부를 많이 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마치 영어로 소설을 써야 하는데 영어 단어 하나도 몰랐던 그런 시절이어서요… (PER이나 매출채권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던…) 이제 10년이 넘다보니 직역을 하고 나서 의역을 하고 그 다음에는 약간 짧은 글을 쓰는 단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나중에는 시나 소설을 쓰고 싶습니다. ㅎㅎ 멍거 할아버지 말씀처럼 매일 조금씩 현명해 지고 싶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1. 예전 가투소에서 활동하시는거 보고 틈틈히 방문해서 좋은 글들
        자주 읽고 있었습니다.
        최근 글은 비밀번호로 미공개로 전환하셔서 주위분들만 의견 공유하시나요?
        예전 경동도시가스나 F&F 등 저랑 보유종목이 같아서 자주 방문하였는데
        저도 혹 소모임으로 활동전환하시는거면 참여하고 싶습니다.
        메일은 kennedy86@naver.com 입니다.

  2. 글쓴이의 논리적 전개가 마치 작품처럼 아름답군요~
    할수있는 나의 모든 찬사를 보냅니다~
    쌩큐 씨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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