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책에서

인생은 우선 하나의 과업으로서 나타난다. 즉 이것을 유지하고 생계를 이어하는 과업이다. 이것이 해결되면 얻어진 것이 일종의 무거운 짐으로 된다. 그러므로 이 손에 넣은 것을 처분하고 처리한다는 제2의 과업이 출현한다. 즉 생활이 안정되면 잠복하고 있던 권태라는 것이 찾아오는데, 이것을 내쫓지 않으면 안된다. 즉 인생의 제1의 과제는 그것을 손안에 넣으면 곧 그것을 잊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무거운 짐이 된다. 더 보기 “쇼펜하우어의 책에서”

불확실성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그것이 문제의 본질일까
나는 내 자신의 갑작스런 허무감의 원인을 탐구하고 있다
나는 아프지만 어디가 아픈지 모른다
어쩌면 나는 아프지 않은 것일수도 있다
허깨비로 가득한 세상
나는 희망을 상실한 시지프스의 고뇌를 느낀다

칼 야스퍼스의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 사람이 말하는 한계상황(Grenzsituation)에 직면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삶과 내 자신, 그리고 자유, 희망 그런 것들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나는 몸부림치지만
그래 신앙이 그런 것들의 버팀목이었다
나는 신앙을 상실한 것일까 불신앙이 모든 문제의 본질일까
그래 나는 절대적인 신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적인 신뢰라는 것은 애초에 나에게 없었던 것일 수 있다
나는 신의 본질에 대해서 언제까지나 끊임없이 회의하고 답변하는 과정가운데 있었을 뿐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 그것이 그런 불완전한 진리를 잠시 메우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불확실성 앞에 직면해 있고
불완전한 신뢰는 가면 밖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어느 누가!!!!
엄밀한 의미에서
어느 누가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다는 말인가!!!
아 나는 이 질문을 부정하고 싶은 강한 거부감을 느끼지만 또 많은 신앙인들이
이 문구를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라고 당연히 짐작하지만
나는 거부하기 힘든 힘을 또 동시에 느낀다 나는 갈등한다
정말 희망이라는게 있는 걸까 희망은 단순한 환상이 아닐까
야스퍼스처럼 비약(Sprung)할까?

모카프라푸치노를 근 몇 달간 그토록 먹고 싶었다는 한 선배를 만났다
함께 모카프라푸치노를 먹으면서 막상 먹고나면 별 게 없다는 말이 나왔다
나는 모카프라푸치노를 먹고싶은 욕망이 생기기 전에 이미
그것을 먹은 후의 허무함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떠한 사회적인 지위와 명망을 얻게 되더라도 나는 그것이 허무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나는 부와 명예가 무가치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껏 그런 생각이 나에게 허무감을 주지는 않았다
단순한 무가치의 발견이 나에게 허무감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발견했으며 그것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철썩같이 가치있다고 여겼던 일마저 나에게 무가치한 것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무가치해보인다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서 더 좋은 성적을 나오게 했다면 누군가는 상대적인 성적의 손해를 입게되는 것 아닐까
또 나는 사교육현장에서 일하면서 재산에 따른 교육불균형에 일조하고 있다
설사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교육을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그 일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까
내가 중등부 교사를 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일까
내가 하는 어떤 일이 세상을 변혁시킬만한 일이 될 것인가
그렇다면 그러한 세상의 변혁이 모든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하자
그렇다면 그것이 왜 가치있는 일일까 나는 그것을 꼭 해야할까
내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만한 그래 굳이 예를 들자면 헨리누엔이나 테레사수녀같은 삶을 택했다고 치자
그래서 다른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치자. 그러나 내가 아니라도 이 세상에 그러한 귀감이 될만한 사람은
충분하다. what’s the difference?
이것은 말로 설명하기 힘든 문제다.
나는 허황된 꿈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래 나는 예전부터 이렇게 말해왔다.
큰 꿈을 꾸지 않아도 좋다고
작은 것 하나에 만족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가치라고
하지만 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가지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
나는 그물을 들고 있는 베드로처럼 현실과 이상 사이에 직면해있다
나는 현실을 포기하기 너무나 힘들다 나에게 가족이 없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를 가두고 있는 것은 가족에 대한 양심이라는 형무소이다
아직도 나는 떨쳐지지 않았다
현실 밖에서 나의 정신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현실 속에서 일하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있다

하루에도 인생에 대해 수백가지 생각을 한다
확실한 것은 나는 나의 문제의 원인을 모른다 원인을 모르는 문제에는 답변이 있을 수 없다
물론 문제 자체가 허깨비일 수도 있다

나는 아직 아름다움에 대한 감동을 간직하고 있다.
오늘 서점에서 어떤 책 속에 글진 3cm 밖에 안되는 벌새의 그림을 보고 경이로움에 심장이 뛰었다
아름다움은 진리이고 나를 이해해주는 친구다

생각

심리학적 이론들을 하나하나 접하면서, 또 곱씹어보다가
갑자기 내 자신이 심리학적 규정들 속에 아주 극도로 심하게 옭아매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 스스로 자신들이 규정해서 자신을 옭아매는 것일까
아니면 내가 옭아매져 있다는 것을 몰랐다가 단순히 발견한 것일까
아니면 이도저도 모두 허깨비같은 것일까
내 자신이 얼마나 많은 인간이 만든 규정들 속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인가 라는 생각으로
나는 어지럼증을 느꼈다

나는 오늘 오전 외출을 하기 위해 다림질을 했다
나는 다림질을 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너무나 한심해보였다 내가 왜 이짓을 하지?
나는 왜 다림질을 하도록 규정되어진 것일까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다림질을 하지 않고 다닌다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편할텐데
나는 왜 사회적인 잣대에 순응하며 사는 것일까 나는 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일까
나는 혼자 있을 때도 왜 숫가락으로 밥을 먹을까 왜 설겆이는 세제로 하는 것일까
나는 왜 샴푸를 하고 스킨을 바르고 왜 조금만 길어져도 머리를 깎을까

떠나고 싶다 자유로운 곳으로 훌쩍
아무도 없는 곳으로

나는 철학적인 이유에서 자살충동을 느꼈다
내가 하나님을 믿지 않았다면 철학적인 이유로 자살했을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나님 없는 세상이 무의미를 유의미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나는 신앙적인 사고를 잊고 가끔 혹은 자주 현실주의적인 사고를 한다
그때마다 나는 어지럼증을 느낀다 오늘은 특히 심하다

요새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는다
대부분 혼자 주어진 일만 하면서
가끔 시간의 여유가 생기면 책방에 간다 그래서 대여섯시간은 서서 책을 읽고 다음날은 늘어진다
사람들을 만나도 할말이 없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하는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대화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왜 내가 할말을 고민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 기분이 나쁘다
누군가를 만나서 아무말 없이 그냥 같이 있을 수 있는 그런 편한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무슨 말을 하도록 강요받는 느낌이 싫다

내 생각이 내 생각이 아닐 수 있다는 복잡한 생각을 한다
어떤 결론으로도 귀결되지 못하는 혼란으로 가득한 생각이다
내가 이런 글을 적는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과와 소통을 아직 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왜 누군가 이 글을 보기 바랄까
심리학자들은 욕구이론이나 기타 행위론으로 이러한 행동의 심리적 기저를 분석하였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를 분석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를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석이야 말로 과학적 방법론으로서 예측이나 조작을 위한 전단계이다
심리는 분석되고, 자연스럽게 예측되고, 그 이후에는 조작된다.
내 심리는 조작되어져있고 내 사상은 누군가의 사상의 영향을 받아있다
내 입맛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춰졌고, 내 사고는 한국어 구조에 맞춰졌다
내 자아는 어디로갔지 나는 나일까
나는 왜 2006년 서울 여기에 있는 걸까

무언가 그토록 바라던 것을 얻었을 때 그 감흥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은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것을 무의미로 규정짓고 현실에 대한 만족만이 삶의 자세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자연히 욕심없는 삶의 자세를 택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또 묘한 저항심을 느낀다
나는 왜 무한히 채워지지 않는 독에 물을 붓고자 하는 욕망의 지배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