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걷자, 산울림

그래 걷자 발길 닿는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마음
한없이 정처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마음

조그만 곰인형이 웃네
밤늦은 가게 불이 웃네
끌러버린 가방속처럼
너절한 옛일을 난 못잊어하네

그래 걷자 발길 닿는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마음
한없이 정처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마음..

지나치는 사람들은 몰라
외로운 가로등도 몰라
한꺼번에 피해버린 꽃밭처럼
어지러운 그 옛일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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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때 귓 속에 꽂은 이어폰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나오던 산울림 노래들..
비 오는 날 걷다보면 문득 나도 모르게 그 때처럼 이 노래를 흥얼거리곤 한다

‘끌러버린 가방 속처럼 너절한 옛 일을 난 못잊어하네’

마치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수백년이 지나면
마치 아무도 살지 않았던 것처럼

마치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치 아무런 고민도 하지 않은 것처럼
마치 어떤 보람도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마치 어떤 즐거움도 간직하지 못한 것처럼
마치 어떤 슬픔 또는 괴로움 또는 절망도 겪지 않았던 것처럼

어떤 눈물 자욱도, 어떤 고함도, 어떤 속삭임도, 어떤 설레임도
하나의 화음이 세상에 뿌려지듯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그 어떤 소중함도
뿔뿔이, 마치
하룻밤 거세게 불었던 바다 물결처럼

흩어지겠지만

나는 그 흩어짐을 사랑해야 한다
쇼스타코비치 5번의 숨막히는 장조 피날레처럼,
화려하게,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이 곡의 피날레에서 나는 생기에 찬 낙관적인 비전을 보여주고자 했다. 앞의 세 악장에서 드러난 비극적인 느낌들에 대한 해결책을 추구한 것이다.”
–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중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 때 늘 틀어놓는 판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심포니 제5번이다. 왜 그런지 그걸 듣고 있으면 생각이 정돈되어 오는 것 같다. 특히 무언지 웅장하고 엄숙한 시작과 도중의 수많은 군화의 행진 같은 장조가 몹시 마음에 든다. 개인적인 사소한 것, 일상적인 것은 넘어서서 더 큰 길로 눈을 돌리라고 이 음악은 말해주는 것만 같다. 따라서 웬만한 불쾌나 기분 나쁜 일도 이 음악이 곧잘 제거해 준다. 내 방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이 판을 틀면 한 면이 끝날 때쯤은 벌써 원상 회복이 되고 깨끗한 맑은 기분을 가질 수 있게 된다.
– 전혜린

Bewitched, Bothered & Bewildered, Ella Fitzerald

I’m wild again, beguiled again
A simpering, whimpering child again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 am I

Couldn’t sleep and wouldn’t sleep
When love came and told me, I shouldn’t sleep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 am I

Lost my heart, but what of it
He is cold I agree
He can laugh, but I love it
Although the laugh’s on me

I’ll sing to him, each spring to him
And long, for the day when I’ll cling to him
Bewitched, bothered and bewildered – am I

혼란스러워 졌어요. 요술에 걸렸어요,
울었다가 웃었다 하는 어린아이가 됐어요.
마법에 걸렸어요, 다른 일이 안돼요, 어쩔줄 몰라해요 나는

잠을 못들었어요. 앞으로도 못잘 거에요.
사랑이 찾아왔을때, 그리고 말을 걸었을 때, 자면 안되었어요.
마법에 걸렸어요, 다른 일이 안돼요, 어쩔줄 몰라해요 나는

마음을 빼앗겼어요, 어쩌겠어요
그가 냉담하다는 것에는 동의해요
그가 웃는다해도 그것마저 사랑해요
날 보고 비웃는거라고 해도.

봄이 될 때마다 노래해줄거에요.
그와 함께할 날 기다릴거에요.
마법에 걸렸어요, 다른 일이 안돼요, 어쩔줄 몰라해요 나는

I Loves You, Porgy

사랑한다는 말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는 않는다고들 한다
이 연주를 들으면서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