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혼자 운전할 때 틀어놓을 곡이 생각나지 않으면 이 악장을 듣는다. 그러면 나는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되고 누군가의 정신 속 존재하는 아름다운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을 느낀다. 아마도 내가 아는 가장 아름다운 곡 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 곡은 nimrod처럼 듣는 사람에게 결론을 내주지는 않는다. 마치 오래되서 낡아 닳았거나 중간 중간 지우개로 지워놓은 문장을 읽는 것처럼 듣는 사람을 애타게 만든다. 이 곡은 끝까지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 아니, 드러내지만 세상과 맞닿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어딘가 외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대화를 끝까지 듣지 못한다. 마치 숨기는 것이 있는 것처럼, 혹은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담긴 것처럼. 그래서 자꾸 다시 듣게 된다. 자꾸 들어도 아름답다. 아름답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더 아름답게 들린다. 삶이 대체로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