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납의 과학철학입문은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때는 카르납이라는 사람이 생소했는데 저자보다 그 당시 내가 성경과학에 관심이 많아 이런 부류의 책을 택했던 것 같다.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던 점은 시간과 길이의 측정단위는 절대적인 것이 존재하지 않고 상대적이며, 단순히 실용적인 측면에서 그 단위가 정해진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그전까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대목이다. 예를들어 지금의 일초와 그 후의 일초가 같은 길이의 시간인지 어떻게 증명할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을 던진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카르납은 그것은 증명 불가능하다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진자의 주기를 관찰함으로서 또는 그가 일정한 속도로 관찰되는 것을 가지고 증명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식의 설명은 그 속도가 일정한지 어떻게 아느냐 라는 질문을 낳게 되는데 이는 시간과 속도 개념으로 무한하게 순환하는 논리가 되고 만다. 그래서 카르납은 단순히 편의성에 의하여 세계를 공통적으로 기술하기 편한 측정단위를 가지고 1초라는 단위를 만들게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상대성이론의 이해에 필요한 비유클리드기하학과 칸트의 선험적 종합, 결정론과 자유의지, 램지문장, 확률, 양자역학과 관련된 부분들도 함께 다루는데 그 범위가 실로 현대 물리학의 중요한 부분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뒷부분으로 가면 조금 어려워지긴 하지만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