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에서 파생됨)
이 세상은 자기가 생산한 것 이상으로 소비하는 쪽과 소비하는 것 이상으로 생산하는 쪽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런데 소비 이상으로 생산하는 쪽에서 생산이상으로 소비하는 쪽에게 생산된 재화나 용역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주의는 계획적으로 이걸 해결하려고 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더 생산하게 하고 그걸 나눠주게 했다. 그러니 누군가는 열심히 일한 만큼 돌려받지 못하고 근로의욕은 줄고 생산능력의 확대는 둔해졌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소비보다 생산을 많이 한사람이 반대의 사람에게 주는데 그걸 지금은 주지만, 그건 당신 재산이니까 나중에 그 사람에게서 돌려받으라는 식으로 채권으로 기록되게 만들었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는 자기가 생산한만큼 무언가 재산이 계속 늘어난다는…(실제로 재산이 늘어나는게 아니라 미래에 되돌려받을 수 있다는 증표 – 채권=저축 – 이 늘어나는 것이지만..) 착각?이 생기게 하였다. 그래서 열심히 일해서 생산능력을 계속 늘리고 부익부빈익빈 같은 것이 생겨났다. 그러나 소비가 생산보다 많은 사람이 나중에 생산능력을 더 많이 늘려서 반대로 생산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그걸 갚게 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므로, 나중에 돌려받지 못하고 이 채권=저축 을 폐기처분하게 되는데, 결국 이게 헤어컷(부채탕감)이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더 많이 생산해서 그동안 열심히 퍼준 셈이다.
두쪽 다 댓가없이 퍼준 건 맞다. 다만 자본주의는 사유재산이라는 착각을 만들어 근로의욕을 더 생기게 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경제성장은 더 빠르게 일어났다. 그러나 헤어컷이 더 빈번하게 일어나게 된다면 결국 이런 심리적인 착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효과는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에서의 해법은 헤어컷(부채탕감)보다는 통화증발 = 인플레이션을 이용하여 사람들이 잘 모르게 채무재조정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가 계속 퍼주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잘 모르고 넘어가게 된다.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결국 누군가는 소비보다 더 많이 생산하고 누군가는 생산보다 더 많이 소비하는 구조는 동일하다. 그리고 많이 생산한 쪽이 계속 퍼주고 있는 것은 동일하다. 그러나 사회주의는 그걸 계획적으로 통제했기 때문에, 생산을 더 많이하는 쪽이 항상 손해보는 느낌이 들게 만들어 생산의욕을 떨어뜨리고, 놀고먹는게 차라리 낫다는 심리를 불러일으켰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개념=부채=인플레이션 의 삼박자로 퍼주기를 계속하도록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퍼주면서도 자기가 퍼주고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게 하였고, 소비만 하는쪽도 무언가 소비보다 생산을 더 해야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자본주의는 이런 고차원적이고 심리적인 효과를 통해 사회전체적인 생산증대=경제성장을 더 빨리 이룩한 것이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 중 하나는 사유재산의 인정 이라는 것인데 부채문제를 연관지으면 이런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부채라는 것을 ‘권리라는 착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채권 채무에 대해 배울 때 사실 누구나 살짝 품고 지나가는 의문이겠죠. ‘이게 안 갚아지면 어떻게 되는건가…’ 지금 제가 느끼고 있는 여러 발상들을 글로 표현하기가 어렵네요. 재밌는 것은 지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부분들이 이미 글자로는 다 배우고 지나간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뭔가 스치듯이 살짝살짝 지나치는 아이디어들이 있다면 정리가 안된 상태로라도 공유해주시면 도움도 되고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저도 같은 생각을 하는데 굳이 비유하자면 음악 공부를 열심히 해서 어느 순간 떠오르는 전혀 새로운 개념과 느낌의 곡을 작곡했는데… 이미 수백년 전 어느 고전주의 음악가가 작곡해놓은, 같은 컨셉의 곡이 어딘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