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가 도시 한가운데 도로에서 사람들 발에 치이여 열심히 이리저리 먹을 것을 쪼아대는 비둘기들을 볼 때마다 나는 정겨움을 느낀다. 형식적으로 심어놓은 생기없는 나무들, 뿌연 하늘 외에는 인간의 창조물로만 가득한 탁한 공장같은 도시에서 그나마 인간을 버리지 않고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비둘기들이 나는 고맙기만 하다.
온 세상이 홍수로 물 밖에 보이지 않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살아남은 유일한 인류였던 노아는 비둘기를 방주 밖으로 날려보냈다. 비둘기는 하나님의 편지를 배달하듯 감람나무 잎사귀를 물어다가 보여주었다. 저주에서 회복으로 새 땅이 드러나던 그 순간을 비둘기는 가장 먼저 보았고 인간에게 전해주었다. 모두가 저주가운데 있었을 때, 방주외에 아무것도 없었을 때 비둘기는 새 땅이 열리는 것을 전해주는 신의 사자였던 것이다.
나는 그 역사적인 일이 머리에 떠오르자 다시 또 비둘기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래 인간이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살 때, 그로 인해 자신들 이외에는 어떤 것도 – 신이든, 그가 창조한 자연이든 – 보이지 않았을 때, 비둘기가 인간에게 하나님의 회복을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지금 도시 한가운데 지저분한 매연 틈바구니 속에서 유유히 ‘만나’를 먹으며 살아가는 이들이 바로 인류에게 하나님의 창조의 손길을 잊지 않도록 – 그들이 왜 깨끗한 자연이 좋지 않겠는가 – 이 더럽고 추잡한 도시가운데서 인간을 떠나지 않고 함께 더불어 살아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