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와서 알게된 것들 중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servant mind 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내면화되지 않아서 상당한 괴로움을 겪고 있긴 하지만
최소한 내가 입대하기전에 알고 있었던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 섬긴다는 개념은 이곳에서 완전히 바뀌고야 말았다.
‘다른 사람의 종이 되어 섬긴다’는 것은 단순히 발을 씻기는 세족식의 행위로 체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리스도께서 그것을 제정하신 가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서 느낀 그것은 기존에 생각하던 개념과 완전히 달랐다. 나는 그것을 너무 쉽고 간단하게 생각하여 왔다.
왜냐면 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섬긴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에게 십자가를 지고 나를 쫓으라고 하실때 그 말이 제자도의 어려움을 표현한 비유라면 그것이 종이되는 것의 어려움을 비유하기에 썩이나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또 선한 사마리아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런 것인가 여기서 알게 되었다. 그것을 몸소 체험하는 것은 2000년 전 한 인물의 비유를 들으며 그것을 이해하는 것과 너무나 달랐다. 그 때는 ‘저정도라면 나도 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으니까..
지금은 도저히 ‘성령의 은혜가 아니면 못하겠어!’ 이런 생각이 들 정도이다.
그러면서 나는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얼마나 그 기준에 아직 모자란 인물인가 하고 생각했다. 예전에 파인애플 이야기라는 소책자를 읽으면서 책의 저자의 이야기보다 나는 더 나을 것이라고 은근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환상이 이곳에서 완전히 깨지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진정한 의미에서 남들을 섬기는 행위를 거의 해본일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상을 찌푸리면서 섬기는 것은 섬기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있는 사람의 종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것이 얼마나 단순한 문제로 바뀌는지 조금은 알게되었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내면화되지 못했다. 남은 군생활기간 얼마나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그 삶의 방식을 익힐 수 있을 것인가.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라는 목표에 얼마나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인가.. 정말 이사람의 모습은 그리스도와 같았다라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나는 이 산을 또 넘어야 한다. 지금까지 만났던 어떤 산의 크기보다 더욱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