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겨, 버렸고 마치 멸시당하는 자인 듯, 그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의 조롱을 받도다. 진실로 그는 우리의 병고를 짊어지고 우리의 슬픔을 떠맡았도다.


“정말로 신 따위 내다 버려요. 버린다고 우리한테 약속할 때까지 오쓰 씨에게 술을 먹일 테니까. 버리겠다면 더 이상 마시는 거 봐줄께요”

학생들에게는 허튼 장난에 불과했다. 그러나 미쓰코만은 거의 농담처럼 내뱉는 자신의 말이 오쓰의 마음에는 얼마나 중대한 것인지를 직관으로 느꼈다.

“선택해요. 마셔요? 관둬요?”
“마시겠습니다.”

오쓰의 얼굴은 귀까지 발개졌다. 필시 그는 술을 마시면 힘들어지는 체질인 게 분명했다. 미쓰코는 신도들에게 후미에를 밟도록 강요한 기리시탄 시대의 관리 이야기를 문득 떠올렸다. 한 인간에게서 그가 믿는 신을 버리도록 만들었을 때, 그 관리는 어떤 쾌감을 맛보았을까.

…(중략)…

“너무 잔인해”
“나한테 모이라 역을 시킨 건 너희들이잖아.”
“그야 그렇지만… 그래도 정도가 있지…”
이윽고 새파래진 오쓰가 큼직한 싸구려 흰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서 손으로 벽을 짚고 자리로 돌아왔다.

“물 주세요”. 그는 애원했다. “토하고 말았습니다.”
“물이 아니라 술을 마셔요. 그게 아니면 아까 한 약속을 지키던가”

팔짱을 낀 채 기둥에 상반신을 기댄 미쓰코를, 오쓰는 원망스럽다는 듯 눈을 치떠 올려다보았다. 이제 그만 용서해 달라고 애원하는 개처럼. 이것이 그녀의 잔혹한 기분을 한층 부추겼다.

“그치만…”
그는 호소했다.
“그치만, 뭔데?”
“내가 신을 버리려고 해도… 신은 나를 버리지 않습니다.”


“대학 시절 당신한테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적이 있었죠.”
“……”
“당신은… 그 때, 신을 버렸잖아요? ” 하고 미쓰코는 오쓰의 옛 상처를 휘저었다. 그녀의 사악한 마음은 오쓰의 주뼛거리는 얼굴을 보면 촉발된다. “그런데도 어째서 신학생이 되었을까.”
오쓰는 눈을 깜빡거리며 거무스름한 손 강의 물 흐름에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수면에는 비누 거품 같은 것이 몇 군데 둥둥 떠다니고 있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를 난 알고 싶어요.”
“당신한테 버림을 받았기 때문에, 나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그 사람의 고뇌를… 조금은 알게 되었습니다.”

“아니 그런 번지르르한 얘긴 말아야” 미쓰코는 상처입었다. 오쓰를 몰아세우고 싶은 심정은 한층 강렬해졌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습니다. 난 들었습니다. 나루세 씨에게 버림받고, 너덜너덜해져… 갈 곳도 없이 어떡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었고, 도리 없이 다시 그 쿠르톨 하임에 들어가 무릎 꿇고 있는 사이, 나는 들었습니다.”
“듣다니? … 무얼?”
“오라, 하는 목소리를. 오라, 나는 너와 다름없이 버림 받았도다. 그러니 나만은 결코 너를 버리지 않겠노라, 하는 목소리를”
“누구?”
“모릅니다. 하지만 분명히 그 목소리는 내게 오라,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가겠습니다. 하고 대답했습니다.”
돌연 그녀는 창문으로 오후의 햇살이 비쳐 드는 쿠르톨 하임을 떠올렸다. 계단 아래서 시계의 차임이 울리고, 아무도 없는 제단 위의 깡마른 남자와, 기도대에 펼쳐진 성경에 적혀 있던 그 말.
“그는 아름답지도 않고 위엄도 없으니, 비참하고 초라하도다”라는 그 말.
“그럼 오쓰 씨가 신학생이 된 것도… 내 덕분이군요.”
이렇게 말하고 미쓰코는 웃어보였다. 그러나 억지웃음을 지은 얼굴이 파르르 떨리는 걸 느꼈다.
“그렇습니다.”
비로소 오쓰의 뺨에 기쁜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그 후로 생각합니다. 신은 마술사처럼 뭐든 활용하신다고. 우리의 나약함이나 죄도. 그렇습니다. 마술사가 상자에 지저분한 참새를 넣고 뚜껑을 닫고는, 신호와 더불어 뚜껑을 열잖습니까? 상자속 참새는 새하얀 비둘기로 바뀌어 날아오릅니다.”
“당신이 그 지저분한 참새?”
“예, 비참했던 내가… 말입니다. 나루세 씨한테 버림받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런 삶을 살지는 않겠지요”
“과장이 심하네요, 기껏 여자와 헤어진 정도로 그런 의미를 갖다 붙이다니.”
“미안합니다. 하지만 내 경우, 정말로 그렇게 되었습니다.”

엔도 슈사쿠, ‘깊은 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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