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환경

24시간 세계에서 몇번째 손가락으로 꼽는 큰 도시안에서 생활하는 나는
24시간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환경과 부대끼고 있다.

오늘아침에도 닭울음소리가 아닌, 핸드폰의
64poly 음이 나를 깨웠다.

아침을 먹기 위해 나는 계란은 후라이팬에 얺고 가스불을 켰다. 냉장고에서는
인공바람이 흘러나온다.
세면하기 위해 움켜쥔 수도꼭지에서는 인위적인 방향으로 물의 흐름이 조절된다.
나는 인공의 냄새를 풍기는 스킨을 얼굴에 바른다.
거대했던 동물의 모습은 잃어버린 인공의 구두와 인공의 대리석이 부딪히며 내는 인공의 소리를 들으며
인공의 평평한 바닥을 걸어 나는 거대한 운송수단에 오른다.
에스컬레이터는 인간의 크기에 맞게 디자인된다.

인간은 이 모든 도시 구조물을 만들었다
어떤 것도 자연그대로는 없다.
심지어는, 나무의 배치와 크기, 풀이 자란 방향
강물의 흐름, 하늘의 색.
내가 초등학교 때는 압구정동에 잠자리가 날고 올챙이가 살았다.
봄에는 신촌에 제비가 낮게 날았다.

그런데 2006년 여름,
나는 아직 생존력 강한 모기 외에는 잠자리도 매미소리도
듣지 못했다.

(다만 내 귓속에서는 아직
군대에서의 K-2 80발 환청만이 매미소리처럼 들린다.)

내 주변에는 인공물 뿐이다. 난 하루의 일부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지낸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외에는 모두 인공물이다.
난 잠자리나는 모습이 그립고, 들꽃이 그립고, 하늘의 별자리, 은하수, 매미소리가 그립다.

사람들은 비둘기가 더럽다고 미워하지만
난 도시에서 누구하나 돌봐주지 않아도 사람을 벗하여 살아가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고마움을 느낀다. 난 비둘기를 사랑한다.
비둘기들이 몇년 더 우리의 곁에서 이 도시에 남아줄까.

서울의 24시간.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는 사람 외에는 어떤 자연물도 없다. 모든 자연은 사람이 손대 놓았다.
그들의 방식과 가치관, 그들의 세계관대로 그들이 살 환경과 자연을 만들었다.
그들은 도시의 신이 되었다. 인간만이 인간만이 존재하는 세상, 거대한 도시
난 오늘따라 이 감옥같은 인공환경이 싫다.
인간은 모든 신의 흔적을 인간의 흔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제 신의 숨결을 느낄 공간은 이 도시에 없다.

우리집에도 거미가 살고, 제비가 둥지트고, 밖에서 새소리 울었으면 좋겠다.
구더기가 나와도 좋다. 이 사람의 스킨 냄새만이 가득한 세상이 갑갑하다.
지평선을 보면서 갑갑한 도시 벗고 싶다.
별의 노래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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