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서 돈의 흐름을 빼고 보면 원리는 간단하다.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것 그게 경제다. 그리고 그 규모가 커지는 것이 경제 성장이다.
전세계적인 과소비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과소비의 정의에 따라 다르겠지만 생산능력 이상의 소비를 뜻한다면 전세계적인 과소비는 있을 수 없다.(지엽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왜냐면… 당연히 생산량 이상을 소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년에 자동차 100대를 생산할 수 있는데 200대를 소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소비는 생산은 단기에 불일치할 수 있지만(재고로 인해) 장기로는 그 양은 같다. 또 생산은 생산능력을 초과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도 생산능력을 초과할 수는 없다.
경제규모=소비=생산<=생산능력
경제는 무조건 성장할 수 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류가 끊임없이 일을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한 생산능력은 확대되기 때문이다. 전쟁등으로 인한 생산설비의 급격한 파괴 같은 문제나 원자재 부족으로 생산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면 말이다. 생산능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 다만 그 생산능력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비는 변동한다.
소비의 총량을 늘리는 방법은 간단하다.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A와 B는 각각 200과 100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게 생산능력이다. 그런데 B가 100을 생산해서 50은 자기가 쓰고 50만 교환할 수 있다면 A는 50을 생산해서 B와 50을 교환한다. 그리고 자기가 생산한 거 100을 스스로 소비한다. 그럼 경제규모는 A 150, B 100을 합쳐 250이 되고 설비가 남아돌고 있다. 그럼 제안한다 A는 B에게 우리 50 더 생산할 수 있으니까 가져다가 써라. 이게 바로 신용(부채)이다.
그냥 영원히 이렇게 신용을 제공하면서 소비를 풀로 끌어올려도 경제는 지속될 수 있다. 댓가 없이 주기 때문에 부채가 쌓일 것이고 그럼 부채 탕감해주고 또 쌓이고 또 탕감해주고 이렇게 계속 굴러갈 수 있다. 아니면 B가 생산능력을 늘려서 A보다 더 많이 주듯이 하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부채란 무엇인가? 특정인을 기준으로 보면 부채란 미래소비를 현재로 가져오는 행위고, 저축은 현재소비를 나중으로 미루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부채의 본질은 아니다.. 여기서 좀 더 생각을 진전시켜보자..
세계 전체적으로 부채와 저축을 합치면 0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거다. 결국 부채란 소비보다 생산이 많은 사람이 초과생산한 것을 생산보다 소비가 많은 쪽에게 일단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양을 계속 기록해 놓는 것에 불과하다.(사실 기록하지 않아도 아무 상관이 없다. 계속 무상지원한다고 생각해도 마찬가지다.)
부채를 갚는 것은 결국 이렇게 생산보다 소비를 많이 한 쪽이 나중에 생산을 더 많이 해서 조금씩 더 얹어주거나 하는 것인데.. 이게 쉬운 것은 아니다. 그래서 두가지중에하나로 귀결되는데 부를 이전시키거나 탕감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둘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 이게 중요하다.
첫째 부가 이전된다고 경제가 역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부라는 것은 무엇인가. 부는 돈이 아니다. 돈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토지와 생산설비, 원자재, 재화를 보유하고 있는 현황이다.(돈을 빼고 보자) 그럼 전세계적인 부는 절대 줄어들 수 없다. (전쟁이나 재해로 파괴되는 것이 아니라면…) 다만 부의 이전이 있을 뿐이다. 돈은 그 부의 이전의 매개체일 뿐이고, 부채란 부의 이전의 시점을 지연시키는 것일 뿐이다.
둘째, 부채를 탕감한다고 경제가 역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주던쪽에서 댓가없이 계속 퍼주면 사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세상을 계속 그 상태로 굴러가면 그만이다.부채가 생기면 다시 지우고 또 쌓이면 또 지우고 하면서 경제는 사실 계속 굴러갈 수 있다. 물론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 퍼주는 쪽에서 하던일을 놔버리거나 거저 받는 쪽에서 놀고먹기 시작하면 경제성장은 둔해지거나 뒤로 갈 수 있다. 이건 심리적인 문제로 귀결된다.
아무튼 이 둘 자체는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다. 세계경제는 계속 크면서 굴러갈 것이다. 적자란 항상 있는 것이고 어딘가에는 그만큼의 흑자가 있다. 부채란 항상 있는 것이고, 어딘가에는 그만큼의 채권이 있는 것이다. 부채 혹은 채권의 전세계적인 크기란 바로 전세계적인 생산과 소비의 불균형의 양을 뜻할 뿐이다.
(돈을 찍는다는 것에 대해 잠깐 지나가며 언급해야겠다. 돈을 찍는다는 건 채무재조정과 본질적으로 같다. 돈을 찍으면 채무가 많은 사람의 채무가 줄어들고 채권이 많은 사람은 가진 채권의 양과 비례하여 손해를 본다. 일종의 부채탕감이다.)
소비가 줄어들 때 경제는 일시적으로 침체된다. 생산능력보다 생산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소비가 왜 줄어드느냐? 생산능력은 조금씩 지속성장한다(재해나 고갈, 전쟁이 아니면) 전세계적인 소비의 일부는 항상 신용(부채)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런데 이 신용이 확대되느냐 축소되느냐가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신용은 웬만해서는 계속 확대되다가도…계속 퍼주는 쪽이 기분이 상하거나 받는 놈이 너무 게을러지거나 갑자기 내가 부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거나, 서로 싸우거나, 서로 거래를 안하거나 하면 소비가 줄어들 것이다
사실은 그래서
경제는 소비의 문제이고
소비는 심리의 문제이고
심리는 정치의 문제, 공조의 문제이다.
퍼주기를 계속하느냐의 문제…
이건 역사에 언제나 있어왔다. 모두가 똑같이 생산하고 똑같이 소비하는게 아니기 때문에..누군가는 항상 생산이상의 소비를 했고, 누군가는 소비 이상의 생산을 했다…다만 신용을 통해 퍼주고 탕감하고 퍼주고 탕감하고 그러면서 부는 이전되고 하는 역사가 반복되었을 뿐이다.
나는 유로존 문제가 별 의미 없다고 본다. 물론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나는 전세계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물론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건 바로 유로존이 분열하는 경우다. 보호무역이 횡횡해지면서 교역이 줄어들고,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화가치가 바뀌고 관세가 올라가고 하면… 결국 교역이 줄어들고 잉여설비가 늘어날 것이다.
과거 유로존 통합이 유럽간의 교역을 얼마나 활성화시켜서 경제를 키웠는지 생각해보면 된다. 그게 거꾸로 흘러갈 수 있다. 그런 문제로 치달을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무역이 글로벌 경제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유로존도 마찬가지… 그게 거꾸로 흘러갈 가능성… 그게 무서운 것이지 신용도미노, 헤어컷, 등등 금융에서의 현상이 무서운 것이 아니다. 가장 무서운 건 나만 살자는 식으로 교역규모가 줄어드는 것 바로 정치적인 현상이다.
이걸 잘 알기 때문에 계속 퍼주는 쪽도 웬만해선 계속 퍼주고 싶은 것이다. 그게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다만 정치적인 논리나 자존심, 이기주의 같은 것이 이 신용의 확대를 지속하지 못하게 만들 뿐이다.
독일 프랑스도 유로가 지속되길 바랄 것이다. 마치 미국이 달러가 기축통화이길 바라듯이…
그냥 지금까지 경제의 본질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다. 써놓고 나면 심플한 것 같지만… 나는 나름 심오한 결론이라고 자평한다.
놀랍네요. 아주 오랜만에 크게 개안한 느낌입니다. 혹시 괜찮으시다면 이런 사고의 배경이 되었던 책 몇 권만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아 이해해주시니까 무척 기분이 좋네요. 어떤책이 직접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냥 혼자 고민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이 글은 부채와 경제성장의 본질에 대한 소결 정도에 해당합니다. 고용, 물가, 금리, 인플레 및 디플레 등 여러 경제현상에 대해서 본질적인 고민이 많은편입니다만, 지금은 겨우 밑그림도 안된 상황이고 조금씩 세밀하게 그려보려고 노력중입니다. 굳이 한 권 추천해드린다면 ‘금융공황과 외환위기 1870-2000, 차명수’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이 글은 제 머릿속에서 나온 글이라서 어딘가에 비슷한 정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도 알게 모르게 어디선가 영향을 받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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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앞으로 나올 소결들과, 결론이 무척 기대가 되네요.
형 홈피 글들은 늘 많은 인사이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잘 보고가요.ㅎ
블로그 눈팅족인데 씨앗님의 블로그에서 개인블로그 연결이 있는걸 몇일 전에 우연히 보고.. 대웅 관련자료도 참고로 보고 하였습니다.
위에 쓰신 글은 1년전 글인데도 지금상황에도 그 상황이 그대로 진행중이다보니 계속 크게 와닿네요. 좋은 글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