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드물게 영화를 보는 내가 3번이 넘게 볼 만큼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에 ‘꽃피는 봄이 오면’이 있다. 이 영화는 장면마다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준다. 그 중 한 예로 위 캡처 화면은 최민식이 비를 피해 들어간 약국에서 밖을 내다보다가 잠이 드는 장면인데… 그냥 잠이 드는 장면일 뿐인데도, 삶을 바라보는 최민식의 시선과 그에게로 느릿하게 조금씩 다가가는 카메라의 시선은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준다. 영화는 이런 사소한 것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잊지도 않은 추억을 만들어내고 그것들을 다시 상상 속으로 불러내게 만든다.
비는 눈으로 바뀌고 최민식은 밖으로 나가 내리는 눈을 맞는다. 이런 장면들이 바로 이 영화가 얼마나 인물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하는지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의 생각을 읊어주지 않아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들과 같이 생각하게 만드는 절묘한 연출이다.
잠시 지나가는 장면으로 최민식이 트럼펫으로 연주하는 ‘다시 처음이라도’가 흘러나오면서 장신영이 잠깐 마을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기는 장면이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러한 마치 회화의 여백과도 같은 장면들에서 여러 대사들이 주는 감동보다 더 큰 감동을 받는다. 영화는 스토리나 대사가 아니라 단순한 배우의 표정이나 몸짓 혹은 카메라의 시선 하나로도 큰 감동을 줄 때가 있다. 아 그러고 보니 저 곳은 내가 자이툰부대 파병을 마치고 휴가나와 강원도 여행갔을 때 도계에 들러서 구경했던 바로 그 곳…
이 영화는 특별한 주제를 담고 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굳이 하나로 묶어 이야기한다면 젊은 시절의 꿈에 대해서 말하고 싶어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던지 간에, 이 영화는 배우들의 순수한 연기와 카메라의 너무나 따뜻한 시선, 장면장면 사소하면서 감상에 젖게 만드는 연출에 큰 감동을 받게 된다. 너무나 평범하지만 도저히 평범하다고 할 수 없는… 갑자기 왜 또 이 영화가 보고 싶어졌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