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의 특성과 가치를 통장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A, B 두 개의 통장이 있습니다. A에는 500억 원이 들어있고, B에는 1000억 원이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A는 금리가 20%이며 B는 10%입니다. 결국 이자는 모두 100억 원씩 받게 되겠지요.
이 통장을 어떤 사람이 둘 다 1,000억 원에 판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통장을 사야할까요? 말할 것도 없이 B를 고를 것입니다. 이자는 모두 똑같이 받는데, 원금이 더 많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조건이 하나 붙으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조건이냐면 바로 ‘두 통장 모두 입출금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자는 통장 밖으로 주어집니다.) 이 경우 통장은 이자 이외에 다른 아무 의미를 가지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두 통장의 이자가 같으므로 두 통장은 같은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가정을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바로 이 문제가 핵심입니다. 만일 ‘입출금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통장에 추가적으로 1년에 원금의 5%씩 더 넣어야 한다’ 면 어떻게 될까요? 10년 동안 매년 5%씩 추가적으로 원금을 넣는다고 하면 통잔 잔고와 이자는 다음과 같이 됩니다.
A의 잔고 | B의 잔고 | A의 이자 | B의 이자 | |
초기 | 500 | 1,000 | 100 | 100 |
1년 후 | 525 | 1,050 | 105 | 105 |
2년 후 | 551 | 1,103 | 110 | 110 |
3년 후 | 579 | 1,158 | 116 | 116 |
4년 후 | 608 | 1,216 | 122 | 122 |
5년 후 | 638 | 1,276 | 128 | 128 |
6년 후 | 670 | 1,340 | 134 | 134 |
7년 후 | 704 | 1,407 | 141 | 141 |
8년 후 | 739 | 1,477 | 148 | 148 |
9년 후 | 776 | 1,551 | 155 | 155 |
10년 후 | 814 | 1,629 | 163 | 163 |
예를 들어 1년 후 A통장은 500억 원이 있었으므로 1년 후 5%인 25억 원을 추가로 넣고, B는 1000억원의 5%인 50억 원을 추가로 넣습니다. 이자율은 변함이 없으므로 A는 여전히 20%, B는 여전히 10%의 이자를 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10년간 반복합니다. 위 표의 계산 결과를 보시면 결국 두 통장 모두 이자 금액은 매년 같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A와 B 중 어느 것을 사도 마찬가지라는 뜻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 A를 사는 것이 B를 사는 것보다 몇 배나 더 유리합니다. 왜냐하면 A는 B보다 같은 이자를 받기 위해서 추가적으로 입금해야 할 금액이 더 적기 때문입니다.
A 통장을 구입한 사람은 첫해 100억 원의 이자를 받아서 25억 원은 통장에 도로 넣고, 75억 원은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B 통장을 구입한 사람은 100억 원의 이자를 받아서 50억 원은 통장에 도로 넣고, 나머지 50억 원만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결국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은 A는 75억 원, B는 50억 원인 것입니다.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 이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자를 받아서 도로 통장에 다 넣어야 한다면 그런 이자는 쓸모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좀 더 정밀하게 따져보면 다음과 같이 됩니다.
A의 잔고 | B의 잔고 | A의 이자 | B의 이자 | A의 입금액 | B의 입금액 | A의 여유돈 | B의 여유돈 | |
초기 | 500 | 1,000 | 100 | 100 | 25 | 50 | 75 | 50 |
1년 후 | 525 | 1,050 | 105 | 105 | 26 | 53 | 79 | 53 |
2년 후 | 551 | 1,103 | 110 | 110 | 28 | 55 | 83 | 55 |
3년 후 | 579 | 1,158 | 116 | 116 | 29 | 58 | 87 | 58 |
4년 후 | 608 | 1,216 | 122 | 122 | 30 | 61 | 91 | 61 |
5년 후 | 638 | 1,276 | 128 | 128 | 32 | 64 | 96 | 64 |
6년 후 | 670 | 1,340 | 134 | 134 | 34 | 67 | 101 | 67 |
7년 후 | 704 | 1,407 | 141 | 141 | 35 | 70 | 106 | 70 |
8년 후 | 739 | 1,477 | 148 | 148 | 37 | 74 | 111 | 74 |
9년 후 | 776 | 1,551 | 155 | 155 | 39 | 78 | 116 | 78 |
10년 후 | 814 | 1,629 | 163 | 163 | ||||
합계 | 943 | 629 |
이자를 받아 통장에 금액을 추가하고 남는 돈이 바로 여유돈입니다. 10년 간 여유돈은 A가 943억 원, B는 629억 원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10년 간 이 통장이 지속된다면 A는 B보다 약 1.5배 더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10년이 만기이고, 그 후에 원리금을 모두 받을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B가 더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만기가 없다면, A가 훨씬 더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워렌 버핏과 찰스 멍거가 지적한 비즈니스의 가치입니다. 두 개의 통장의 비유는 간단하지만 비즈니스를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인 영업투자자본이익율(ROIC)이나 잉여현금흐름(FCF) 등의 개념을 설명해 주며, 인플레이션이 재투자수익률을 어떻게 유지시켜 주고, 비즈니스의 가치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도 보여줍니다. 또 워렌 버핏의 말처럼 훌륭한 비즈니스를 왜 적당한 가격에 사는 것이 그저그런 비즈니스를 싸게 사는 것보다 훨씬 좋은지도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A, B를 두 개의 비즈니스라고 한다면 A는 ROIC 가 20%, B는 10%이고 시장에서 A는 PBR 2, PER 10 배, B는 PBR 1, PER 10배에 거래되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입니다. 두 사업 모두 안정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여 5%씩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 통장의 비유를 통해 알 수 있듯이 A를 PBR 2배에 사는 것이 B를 PBR 1배에 사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보면 1.5배 더 많은 수익을 냅니다. 그 핵심 원천은 바로 A라는 비즈니스는 투하자본대비 잉여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며, 바로 이것이 인플레이션으로 규모가 커지면 더욱 많은 자본을 20%라는 수익성을 누리는 사업에 계속 추가적으로 투자할 수 있게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좋은 비즈니스란 투자한 자본대비 잉여현금을 많이 얻는 비즈니스입니다. 어떤 기업이 그러한 비즈니스를 수 년 간 혹은 수십 년 간 지속시키고 있는 기업 중 일부는 다른 기업이 같은 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어떤 장벽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익성이 좋은 비즈니스에는 언제나 경쟁자가 나타나게 되며 경쟁은 가격 인하와 그로 인한 자연스러운 수익성 감소를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우수한 비즈니스를 수 년, 수십 년 간 지속하는 기업의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근저에 대한 명확한 판단 능력이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가 항상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어떤 특정한 기업에 대한 평가 이전에 그 기업이 영위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평가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저마다의 개성을 지니고 있고, 그 비즈니스가 갖는 기회와 한계도 존재하기 때문에, 아무리 훌륭한 경영을 한다고 해도, 비즈니스의 특징 안에서 크게 벗어나기 힘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비즈니스를 영위하느냐가 얼마나 경영을 잘하느냐보다 더욱 중요할 수 있습니다. 기업을 평가하기에 앞서, 그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어떤 사업이냐를 평가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진짜 이런 생각은 어떻게 하시는지…
볼때마다 경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