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eborg Bachmann

누구든 떠날 때는
한여름에 모아둔 조개껍질이 가득 담긴 모자를 바다에 던지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사랑을 위하여 차린 식탁을 바다에다 뒤엎고
잔에 남은 포도주를 바닷속에 따르고
빵은 고기떼들에게 주어야 한다
피 한방울 뿌려서 바닷물에 섞고
나이프를 고이 물결에 띄우고
신발을 물 속에 가라앉혀야 한다
심장과 달과 십자가와, 그리고
머리카락 날리며 떠나야 한다
그러나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언제 오는가?
묻지는 마라

Ingeborg Bachmann, ‘누구든 떠날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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