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스 Zinus IPO를 앞두고

지누스에 투자한 게 어느덧 3년이 넘어가고 있다. 어제 IPO 기업설명회까지 마쳤으니 이제 상장이 정말 눈앞이다. 지누스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나에게 특별한 기업이어서 약간의 소회를 남겨두고 싶다. 아마도 사심 가득한 글이 될 거 같은데, 뭐 가진 생각 그대로 적어두겠다.

리브랜딩 이전 로고 및 현재 로고 – 그동안 회사도 아마 이만큼 바뀌었지 않았나…

나는 지누스가 내가 지금까지 13년 간 공부했던 기업 중 최고의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가장 오래 투자했던 기업이기도 하고, 가장 높은 비중으로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 가장 많은 글을 썼던 기업이기도 하고, 최초로 투자한 비상장기업이고, 운 좋게도 상장 과정을 처음으로 함께한 기업이 되기도 했다.

내 판단으로는 모든 측면에서 투자하기에 좋은, 아주 드문 기업이다. 전통적인 제조업에도 IT회사들과 비슷한 혁신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기업이다. 국내를 벗어나 시작부터 글로벌로 비즈니스를 구축했고, 거대하고 안정적이며 꾸준히, 현재는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가구시장을 선점한 기업이다. 지누스는 그동안 쌓아올린 온라인 리뷰와 랜딩페이지 점유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랜딩페이지를 점유하는 것의 가치를 같은 자리에 광고하는 광고비로 환산하면 아마도 굉장할 것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성공함으로써 글로벌 1등을 한 것을 기반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중간에 수많은 역경(상장폐지, 화의, 공장 화재, 무역분쟁까지)을 거치면서 위기를 기회삼아 오히려 더 내공이 강해진 기업이다. 내가 보기에는 열정적이고, 도덕적이며, 직원친화적이면서 주주친화적이고, 인간적으로도 존경할만한 경영진이 있는 기업이다. 개발, 제조, 물류, 마케팅 등 전체 밸류체인에서 탁월한 경쟁력으로 관세 등 원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높은 마진과 ROIC를 창출하고 있다.

코카콜라와 지누스

코카-콜라 앰배서더 워런 버핏
내 몸의 1/4은 콜라로 되어있다 – 워렌버핏

워렌버핏은 코카콜라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주식이라고 말했다. 89년 한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10년간 주식시장을 떠나있을 거라고 가정해봅시다…(중략)… 아마 당신은 세계적으로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 있고, 회사가 미래에도 계속 존속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기는 회사에 투자할 것입니다. 그런 경우 코카콜라만큼 훌륭한 회사는 없더군요”

Coca Cola Company DPS성장

아마 워렌버핏에게 코카콜라가 특별한 만큼, 나에게는 지누스가 특별한 회사가 아닌가 싶다. 나는 전혀 다른 사업이지만 둘의 비즈니스가 비슷한 점이 많다는 생각도 해봤다. 마치 코카콜라가 물에 설탕을 타 알루미늄에 담는 단순한 제품이지만 특별한 레시피가 필요하듯, 지누스는 화학제품(Isocyanate & Polyol)을 최적의 레시피로 발포하고 여러 단계의 레이어를 조합해 가장 편안한 메모리폼을 만든다는 점이 비슷하고, 콜라가 맥도날드, 웬디스, 버거킹 등 체인에 깔려있는 것이, 지누스가 아마존, 월마트, 샘스클럽 등 온라인 랜딩페이지들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미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글로벌로 뻗어나가는 스토리도 비슷하다. 경쟁사대비 강력한 원가구조와 경쟁우위를 지녔다는 점이 비슷하다. 어쩌면 원액과 박스에 담는 것도…

Marlboro Friday와 Amazonbasics

월마트가 만든 무상표제품인 Sam’s Cola

워렌버핏이 코카콜라에 대해 언급한 내용 중에 93년 버크셔 주총 때 Marlboro Friday 와 관련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Marlboro Friday란 93년 4월 2일로, 말보로가 무상표제품에 대응해 담배가격을 20%나 낮춰 비슷한 기업(필립 모리스나 코카콜라 같은 무상표제품과 경쟁하는)과 함께 주가가 폭락했던 날이다. 이와 관련한 질문에 워렌버핏은 브랜드별로 무상표제품에 방어할 수 있는 능력에는 차이가 있으며 예컨대 말보로보다는 질레트나 코카콜라가 더 방어기반이 튼튼한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대략 요약하면 질레트는 보통의 남자가 경쟁제품을 사용하는 경우 연간 $11를 절약할 수 있는데, 이 정도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365일 매일 얼굴이 상처가 나는 등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고, 코카콜라는 전세계 어디에나 갖춰놓은 인프라가 굉장해서 Sam’s Cola 같은 제품과 원가구조가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왜 원료나 운송비 등 측면에서 코카콜라를 따라잡을 수 밖에 없는지 짧지만 상세하게 설명했다.

지누스도 비슷하게 경쟁사보다 모든 과정에서 낮은 비용구조를 지니고 있고 수많은 신생 매트리스업체나 Amazonbasics 같은 PB 제품의 등장에도 거의 영향없이 사업이 성장하고 있어 버핏이 코카콜라를 언급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존이 지누스의 몇 개 제품의 카피캣을 PB제품으로 내놓았지만, 아주 일부 제품에 국한되어 있고, 유통업체이니만큼 지누스에 비해 제품개발력이 미흡하고 OEM을 통해 생산하고 있어서 품질이나 원가경쟁력 측면에서도 좋을 수 없을 것이다.

Online DNA
제품 개발부터 배송가능한 박스 크기를 계산해 만든다. 택배기사들이 집어던져도 망가지지 않도록 테스트해 튼튼하게 포장한다. 수많은 리뷰들을 보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한다. 더 쉽게 조립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지누스의 비즈니스가 온라인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건, 최초 소개했던 글에도 강조했던 내용이다. 증권신고서에서도 충분히 강조되고 있는 부분이고…

다만, 최근에 우연히 보게된 Outdoor 제품이 인상적이어서, 지누스의 기술이 매트리스 압축기술이나 접었다 펴는 bed frame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걸 더 언급하고 싶다. 먼저 일반적인 타사의 Outdoor Sofa Set 조립과정을 보자.

A사 Sofa Set Assembly – 조여야 될게 많다

아래는 최근 Wayfair 등에서 팔고 있는 지누스의 제품이다.

Zinus의 최근 Outdoor 제품 Assembly

이 영상이 별 거 아닌 것 처럼 보여도, 사실 놀라운 점이 많다. 가장 놀라운 건 23초만에 말 한 마디 없이 모든 조립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둘째, 볼트와 너트가 없고 도구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셋째, 컴팩트한 박스에 담겨지는 것까지 보여주고 있고, 넷째, 그 와중에 디자인이 예쁘다는 거다.

많이 알려져 있지만 Platform Bed도 마찬가지다.

Zinus Platform Bed Assembly

침대 헤드보드 안쪽에 모든 부속품이 다 들어가 있고, 그걸로 매우 간단히 조립할 수 있다. 사실 매트리스나 베드프레임만큼이나 이 헤드보드에 담는 침대도 혁신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특허소송 끝에 승소해 지누스만 사용할 수 있는 특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아마존을 보면 지누스는 사실 매트리스보다 침대 카테고리에서 위상이 더 높다.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New Logo, Identity, and Packaging for Zinus by Jack Morton and Stout

지난 3년간 지누스가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아마도 브랜드 경험이 아닌가 싶다. 2018년 초 리브랜딩 후 홈페이지와 패키지, 로고디자인, 사무실 인테리어까지 싹 바뀌었고, 뛰어난 디자이너들도 다수 채용된 것으로 보인다. 3년 연속 Good Design Award를 수상하고 있고, 최근 Reddot Design Award도 수상했다.

2019 레드닷 수상 ‘포토테이블’과 ‘코드릴테이블’
2019 Good Design Award – Zinus Folding Lock Table : 다리를 세우는 방법이 매우 독창적이고, 포장 및 조립방법이 인상적이라는 평가
2017 Good Design Award – Sonnet Platform Bed Frame
https://www.puyi.com/hk_en/discover/post/happening-aug2019-2

개인적으로 한국의 최고 브랜드 하면 젠틀몬스터를 떠올리는데 얼마전 새로생긴 홍콩 K11MUSEA를 갔다가 입구에 대형 플래그십 매장을 보고 입이 쫙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젠틀몬스터의 브랜딩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이 있었는데 기억에 남았던 인터뷰 내용을 가져와봤다.

https://magazine.notefolio.net/story/inter_gentlemonster

실제 젠틀몬스터 매장에 가보면 실제 팔릴까 싶기도 한 이런 실험적 디자인의 제품들을 굉장히 많이 전시하고 있는데, 이런 제품들이 별로 팔리지는 않더라도 브랜드 가치를 높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젠틀몬스터 같은 경우는 이런 방식으로 실험적이며 자유분방하고 항상 기존에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케아 같은 경우는 디자인 측면에서 북유럽 스타일이라는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는데, 향후 지누스도 자기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브랜드 스토리를 어떤 식으로 구축하고 이끌어 나가게 될지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이 가고 기대가 된다.

IPO 기업설명회를 다녀와서
어제 IPO 기업설명회도 지누스답게 특별했다. 보통의 기업설명회는 아주 짧은 프레젠테이션 후에 한두가지 Q&A를 형식적으로 서둘러 마친 후 식사를 하고 돌아오는 것으로 끝나곤 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IPO 기업설명회를 다녔지만, 식사와 동시에 Q&A를 진행하는 기업은 처음이었다. 이것은 회사 내용을 최대한 더 많이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것이 좋다는 회사의 자신감을 충분히 보여준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걸맞는 수준 높은 질문들이 많이 나왔고, 경영진 분들이 막힘없이 회사의 사업의 내용과 방향을 잘 어필해주셨다고 생각된다. 실적 측면에서도 올해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높으며 인도네시아 공장이 충분히 가동가능한 내년에도 높은 성장이 가능하고, 신규공장과 인재 채용 등 여러 회사의 성장을 위한 투자도 이미 일단락 되어 마진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 있었다.

사견이긴하나 대략 내년 매출액 1~1.1조, 순이익 1,000~1,100억 전후가 가능하다면 시점의 문제일 뿐 2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도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브랜드로 연 30% 이상씩 높은 성장을 보여주는 기업이 흔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이 시장에서 인정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누스 매출액 및 순이익 대략적인 전망

하지만 동시에 회사 경영진들의 생각처럼 나 또한 회사가 과도한 기대감으로 높은 밸류를 받는 것보다는 적정한 밸류에서 꾸준히 회사 성장에 따라 우상향하는 그림으로 가는게 모두를 위한 더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지누스가 ‘세계에서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비슷하게 ‘모든 주주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주주 여부를 떠나 같은 나라 국민으로서 세계에 자랑할만한 기업이 꼭 되어줬으면 좋겠다. 보통은 IPO가 끝물일 경우가 많은데 지누스의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스토리는 이제부터가 시작인 것 같다.

“지누스 Zinus IPO를 앞두고”에 대한 7개의 댓글

  1. 뛰어난 안목으로 많은 도움받았습니다 건강유의하시고 언제나 좋은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

  2. 콜라나 커피는 매일 소비되는 제품이고 기존 사용자에 새로운 사용자가 추가되는 비즈니스 모델인데 비해서 가구는 한번 구입하면 몇년은 사용하는 제품이라 성격이 좀 다르지 않을까요. 지누스가 훌륭한 회사임은 분명하나 코카콜라 보다는 온라인 버전의 이케아에 좀더 가깝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3. 고수님의 사고의 깊이를 보며 저의 얄팍함에 매일 반성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