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는 십자가 형에 앞서서, 즉 형장으로 떠나기 전이나 가는 길목에서 먼저
채찍질을 당해야 했다.
기둥에 묶인 죄수를 때리는 채찍은 가죽끈의 끝 부분에 금속 조각이 달린 것으로서,
이 채찍에 맞으면 죄수의 등은 피로 얼룩지고 맞은 자국마다 찢겨진 살이 너덜거리
는 참혹한 모습이 되게 마련이었다.
이 형벌은 죄수의 신체를 허약하게 함으로써 십자가에서 당할 고통의 기간을 단축시
키고 죽음의 순간을 재촉한다는 점에서는 일종의 호의인 셈이었다.
사형수들은 보통 자신의 십자가(수직막대기가 아니라 가로대인 ‘파티불룸’)
를 처형장까지 운반해야했다. 희생자는 처형장까지
행진하고 나서 처형을 당했다. 팔레스틴에서 일부 유대인은 이렇게 완전히
벌거벗은 것에 분명 민감하게 반응했을 것이다.
십자가는 고대 세계에서 가장 수치스럽고 고통스러운 사형법이었다.
온몸이 발가벗쳐진 채 군중의 시선 앞에 노출되는 것은 팔레스틴 유대인에게는
특별히 수치스런 일이었는데다가, 범죄자에게 주어지는 냉대와 더불어 사형수는
군중이 보는 앞에서 배설을 해야만 했고,
참기 어려운 고통에 시달렸다.
희생자를 십자가에 고정시키기 위해서 밧줄로 묶기도 했지만, 예수님의 경우처럼
못으로 박는 경우도 있었다.
손이 묶인 죄수는 피가 흐르는 상처에 몰려드는 벌레를 쫓을 수 없었다.
죄수의 체중으로 인해 몸이 늘어지면 호흡이 점점 가빠졌다.
발 밑에 있는 받침대가 지탱에 도움을 주긴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마침내 기력이
쇠진하게 마련이었고, 결국(보통 며칠이 지나면)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사하는
것이 죄수의 운명이었다. (IVP 성경배경주석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