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은 보험업으로 레버리지를 썼다?

Geico사의 핵심역량과 시사점

버크셔 헤더웨이의 포트폴리오 중 보험업이 가장 비중이 크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인데요.

근데 갑자기 버핏이 레버리지를 싫어한다는 본인의 말과는 다르게(?) 보험업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킨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험업을 자세히 공부해보니 아주 특별한 게 있는데요. 만약에 보험업으로 레버리지를 일으키면 다음과 같은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만기가 무제한이라는 점…
물론, 경기침체로 가처분소득이 줄거나 재무적리스크가 부각된다면 해약이 몰릴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적금, 펀드를 먼저 해약하고 보험 해약은 최후수단으로 선택한다는 점. 따라서 일정한 자금이 계속 유입되고 자금유출과의 시점차이로 인해 가용자금이 생겨난다는 점…

둘째, 이자가 없다는 점…
부채는 부채인데, 이자지급이 없다는 점. 다만 사고 발생시 보험금을 지급하여야 하나, 비용절감 및 손해율 추정으로 어느정도 통제가능한 영역에 있다는 점.

차입을 이용한 투자는 이와는 달리 단기로 빌려서 장기로 투자하는 만기불일치 문제와 이자지급문제가 발생합니다. 이 두 가지가 리스크를 증대시키고, 평균수익률을 떨어지게 만듭니다. 그런데 만기도 없고 이자지급도 없는 부채를 버핏이 과연 싫어할까요. 버핏이 단순히 레버리지 자체를 싫어한다면 버핏은 보험업을 못할 겁니다.

제가 생각건데 버핏이 싫어하는 것은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이며, 버핏은 어떻게 하면 돈을 많이 굴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보험업이 공짜로 돈을 빌려주는 기계나 다름없다고 느꼈을 것 같습니다. 버크셔가 보유하는 보험회사는 28개로 알려져있고, 그 비중은 2000년 쯤에는 버크셔 전체 수입의 75%가 보험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니 할 말 다한 셈이죠.

버크셔가 GEICO를 인수했던 96년 보고서를 읽어보면 보험업에 대한 버핏의 철학을 볼 수 있습니다.

96년 보고서에서 버핏은 발생된 ‘float’의 양과, 그것의 비용을 가지고 보험사업을 평가하며 주주들이 이것을 이해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데 그 이유는 float이 장부가치에 반영되지 않는 버크셔의 내재가치의 핵심요소이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보험업에서 float이란 운용할 수 있는 금액이며, 보험금을 지불하기 전에 보험료를 먼저 받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입니다. 보통 보험금을 지급하는 손실과 비용은 이 보험료로 다 커버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보험회사가 고객으로부터 보험료로 발생되는 금액이 100이면, 고객에게 사고시 지급해야할 보험금과 여러 운영비용 등을 합치면 100을 넘는게 보통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을 105라고 하면 5만큼의 비용이 발생하는 것이죠.

이 금액 차이를 ‘underwriting loss’라 합니다. 대신 보험사는 100의 자산을 불려서 110을 만들게 되면, 5를 지불하고도 5가 남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보험사는 고객의 돈을 차입하여 그 돈으로 투자수익을 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보험금과 비용을 지불하면서 차입에 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양, 또 투자수익을 얼마나 내는지에 따라 수익이 변하게 됩니다.

이걸 보시면 버핏이 왜 보험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30년간의 버핏이 보는 관점에서 보험사업의 성과를 정리한 것인데요. (놓고보면 별거 아닌 것 같습니다만, 사실 보험업을 표하나로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다는 해설력이 대단해보입니다.)

Underwriting Loss가 바로 float에 대한 비용입니다. 그런데 14년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16년은 이익이 났네요? 이게 무슨 뜻일까요? 은행으로 치자면 고객돈을 유치하면서 이자를 항상 주게 되어있는데, 보험업을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float을 운용하면서, float에 대한 비용이 발생할 때가 있고, 발생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자 없이 돈을 빌리는 셈입니다~

이것은 물론 일반적인 모든 보험회사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잘하는 보험회사가 누릴 수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험은 매우 가격탄력적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싼 보험료를 항상 찾게 되고, 이로 인해 보험회사들은 가격경쟁을 언제나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험업자들의 평균적인 float에 대한 기대비용은 은행의 수신금리로 수렴할 것입니다. 따라서 float에 대한 비용은 일정부분 발생하고 투자수익으로 그 비용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구조가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버핏소유의 보험업체는 30년 중에 16년은 이익이 나고 14년은 비용이 발생했으니 이 비용절감을 굉장히 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짜로 돈을 빌린 셈인데…

위 표에서 왼쪽에서 세번째 항목인 Approximat Cost of Funds가 float의 비용이 몇% 발생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16년은 less than zero! 돈을 이자를 받으며 빌린 셈이 됐습니다. 그리고 네번째 장기정부채 수익률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 이 채권이자율보다 더 비싼 비용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30년 중 단 4년에 불과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버핏은 인수한 GEICO의 자금을 루이스 심슨에게 맡겼는데 이 사람은 월가 증권사 보고서는 쳐다보지도 않고 혼자서 영업보고서만 열심히 분석한 인물로서 10개이하 집중투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1980년부터 루심슨이 운용한 GEICO의 주식포트폴리오 수익률은 1980년부터 1996년까지 16년간 연평균 24.7%입니다. 또, General Re의 자금은 버핏이 직접 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버핏은 보험업을 통해 레버리지를 썼다. 이렇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단지 버핏의 레버리지는 무이자, 무기한 장기차입이었던 것이고, 그러한 차입은 보험업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을까요? 버핏이 그래서 보험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