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acrifice of Isaac, 1635, oil, The Hermitage at St. Petersburg
손에서 칼이 떨어지는 찰나를 잡은 숨막히는 듯한 그림. 이 그림은 양이 없는 것이 또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이삭이 대단히 크게 부각되고 있다. 크기도 크고 모든 빛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어쩌면 렘브란트는 이삭의 모습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을 찾아내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아브라함은 이삭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그는 단호했다. 100세가 되어서 낳은 자식이라도 하나님 앞에서 아까와 할 줄을 몰랐다. 하나님의 약속에 대한 신실한 믿음 때문이었다. 그는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하여서 이삭을 다시 살려내실 것으로 믿었다. 나는 여기 아브라함의 표정에서 그 마음을 또 읽어낸다.
얼굴을 완전히 뒤엎어 버린 렘브란트의 손은 하나님의 뜻대로 순종하겠다는 단호함과, 그래도 아들의 얼굴을 차마 볼 수 없는 아버지로서의 부정(夫情)을 동시에 느끼게 해 주는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