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의 노래

나는 나를 그저 흙덩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가 툭 건드리면 먼지가 되어 바람에 날아갈 그런 말라붙은 흙덩어리말입니다.

그러나 한 분이 나에게 찾아와 나를 씨앗이라고 불러주셨습니다.
그분은 자신의 손으로 나를 촉촉한 땅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하셨습니다.

나의 마음은 설레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나에게 무슨 일인가가 생겨나겠구나
나에게 무언가 새로운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구나!

내가 변화한다면 나는 이 땅에서 꿈틀거려
어둠을 깨뜨리고 터져 올라가리라
저 하늘 위로 끝없이 올라가리라

저는 혼자 벅찬가슴에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이 땅 밖 밝은 하늘 위로 힘차게 뛰쳐나가기 위해

많은 밤을
많은 밤을 설레임 가운데 뒤척였지만
나는 여전히 그자리였습니다.
나에게는 아무런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나는 어둠속에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인가?
나를 이 어둠속에 묻어버린 그분의 이유는 무엇인가?
아무리 봐도 나는 흙덩어리 주제일 뿐 아닌가?
나를 뭐하러 씨앗이라고 부르셨는가?

많은 시간이 흐르고
눈물이 더이상 나오지 않게 되었을 때
나희 소망은 완전히 끊어진 듯 생각되었을 때

나의 묻힌 어둠 속으로
촉촉한 습기가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몸에 닻자
딱딱한 내 몸이 부드러워지고
그것은 조금씩 부풀어오르더니…
내 안에 숨겨져 있던 연한 순이 그것을 뚫고 돋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순이 자라나는 것을 내가 느낄 수 없었지만
그것은 조금씩 조금씩 자라났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깊은 어둠을 깨고
쏟아지는 빛속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황홀한 빛이었습니다…

나는
씨앗입니다.
그리고 그 분은 나를 처음 씨앗이라고 부르신 분이십니다.

저는 압니다.
그 땅속에 스며들던 촉촉한 습기가 누구에게서 왔는지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쓸데없이 뒤척이지 않고 오늘도 조용히 그 빗물을 기다립니다.

이것이 바로
씨앗이 된 조그만 흙덩어리의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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